[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그냥 베이징덕(북경오리)을 좋아해서 먹으러 왔습니다.질문은 사양하죠. (웃음)" 16일 저녁 시내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우연히 만난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표정이었다. 그는 지난 주말 임기를 1년 이상 앞둔 시점에서 회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이로써 소위 금융계의 '4대 천왕',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이 있던 금융권 CEO들은 대부분 거취가 일단락됐다. 강만수 전 KDB금융회장이 자진 사퇴했고,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도 사의를 표했다. 올 7월이 임기인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자연스럽게 퇴진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들도 피해자다. 5년 전 첫단추를 잘 못 채운 업보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금융권에서 벌어지는 일은 5년 전부터 예고됐다고 봐야 한다. 정권이 바뀌고 CEO 인사의 하마평이 오르내리면 금융지주의 모든 업무는 말 그대로 '올 스톱' 된다. 큼직한 인수합병(M&A)나 해외진출 문제는 물론이고, 자회사 사장 인사도 하지 못할 정도다. 이와 관련한 내부 직원들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산규모 2000조원을 넘나드는 대한민국 은행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극(笑劇)이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내부 인사를 해당 금융그룹의 CEO로 밀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물론 내부 발탁 인사가 꼭 좋은 것은 아닐수도 있다. 하지만 5년마다 금융지주사 내부에서 되풀이되는 코미디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을 때도 됐다. CEO 인사야말로 금융사들의 경쟁력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 인사들은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내부에서 회장을 추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며 부탁하기도 한다. 과연 금융권의 소망은 이뤄질까. "해외 IR을 가면 항상 정치 이슈와 CEO리스크 얘기를 듣는 것이 금융권의 현실"이라는 한 금융지주 임원의 한숨, 이번엔 좀 달라질 지 지켜볼 일이다.김은별 기자 silversta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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