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이 가방 어때? 백화점은 670만원에 파는데 여기서는 91만원이나 저렴해. 여기서 사자."11일 오후 1시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창고형 할인점 롯데마트 빅마켓 신영통점. 장을 보러 마트를 찾은 강선미씨(가명, 32)는 2층 명품코너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사고 싶어 백화점과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가격을 알아봤던 샤넬 가방이 전시돼 있었던 것. 가격도 백화점보다 16%나 저렴했다. 강 씨는 "마트에서 명품을 싸게 판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빅마트 명품코너에는 손님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1시간동안 20여명이 명품코너에 관심을 보이며 제품 문의를 했다. 연령대도 다양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가 찾아와 가격대를 알아보기도 했고, 중년의 여성이 카트를 끌고 가다 멈춰서 제품 구경을 하기도 했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명품 구매 창구가 다양해지고 있다. 백화점이나 면세점 등에서만 샀던 고가 명품가방을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2~3년 전 대형마트에 명품 코너가 생겼을 때 소비자들은 반신반의했다. 절대 할인 판매를 하지 않는 명품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믿지 않으려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빅마켓 명품코너 한 판매원은 "초반에는 정품 맞냐고 물어보는 고객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믿고 구매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시간이 흐르면서 대형마트에서 계속 접하다보니 고객들도 대형마트의 명품에 익숙해 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명품가격이 저렴한 건 병행수입을 통해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병행수입이란 같은 상표의 상품을 여러 채널을 통해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 실제로 빅마켓에서는 샤넬, 끌로에, 구찌, 에트로, 프라다, 멀버리, 페레가모, 버버리, 까르띠에, 태그호이어 등 총 60여개의 제품이 전시돼 있다. 품목은 가방, 시계, 지갑, 스카프, 선글라스 등이다. 샤넬 2.55 빈티지 미디엄은 백화점가보다 16% 저렴한 578만9000원에 판매 중이다. 지방시 나이팅게일 토트백은 약 18% 저렴한 188만9000원, 끌로에는 25% 싼 196만9000원이다. '예물시계'로 유명한 까르띠에 발롱블루도 25% 저렴한 566만9000원이다. 최근에는 봄이 다가오자 선글라스에 대한 문의가 잦아지고 있다. 이달 초에는 펜디 선글라스를 시중가보다 70%가량 저렴한 7만9000원에 파격 세일해 일주일만에 300개가 완판됐다.이 판매원은 "루이뷔통 가방도 있었는데 이미 판매됐다"면서 "처음보다 명품 판매가 더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A/S는 대형마트에서 도와준다. 이 판매원은 "마트에 보증서를 갖고 방문하면, AS여부를 결정해 수선을 대행해준다"면서 "명품을 전문적으로 수선해주는 업체에 맡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용인시 이마트 트레이더스 구성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장을 보던 부부가 카트를 끈 채로 명품코너를 구경하는 모습이 일상화됐다. 마이클코어스 헤밀턴 MD가방의 경우 백화점가보다 약 25% 저렴한 47만1800원에 판매 중이다. 펜디 가방은 13% 싼 192만8000원, 토리버치는 14% 저렴한 49만3800원이다. 까르띠에 론도 솔로 시계는 25%가량 싼 317만8000원이다. 트레이더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명품은 버버리, 토리버치, 펜디, 에트로, 마이클코어스, 크리스찬디올, 구찌, IWC, 까르띠에 등이다. 품목은 가방, 시계, 지갑, 스카프, 시계 등으로, 총 50여개가 전시돼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구성점을 찾은 김미진(가명, 36)씨는 "백화점 명품매장을 방문할땐 옷을 차려입고 시간을 내서 가야하는 부담감이 있다"면서 "마트는 일주일에 한번씩 와 카트 끌고 장을 보면서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다소 시기가 오래 지난 선글라스와 가방 등이 전시돼 있던 것. "크리스찬디올 선글라스네"라며 다가와 구경하던 한 고객은 "너무 오래된 상품"이라고 황당해하며 돌아서기도 있다. 시즌이 지난 상품이라 백화점 매장에서 판매하지 않는 제품도 있다. 인근의 백화점 버버리 매장 직원은 "(마트 판매제품중 일부는)백화점 매장에서 판매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아웃렛 등지에서 판매 중"이라고 설명했다. 임혜선 기자 lhsr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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