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피스토리우스[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프리카공화국)가 여자 친구를 계획적으로 살해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건 당시의 정황과 증거물들이 이를 뒷받침한다.피스토리우스는 14일 오전 3시경(현지시간) 자택에서 애인인 리바 스틴캄프를 총기로 살해했다. 사망 당시 스틴캄프는 머리·가슴·손·엉덩이에 총격을 입었고, 두개골이 함몰됐다. 현재 피스토리우스는 스틴캄프를 강도로 오인해 총을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가족 역시 이번 사건을 "누구나 할 수 있는 비극적 실수"이며, 스포츠 선수로서 나온 "본능적 행동"의 결과라고 항변했다.하지만 드러나는 정황은 계획적 범죄에 무게가 실린다. 남아공 '시티 프레스'는 17일 피스토리우스의 자택에서 다량의 피가 묻은 크리켓 배트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경찰 측은 이 혈흔이 스틴캄프의 것이라면 두개골에 입은 골절상을 설명해줄 결정적 근거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설령 피스토리우스의 것이라 해도, 스틴캄프가 그의 공격을 막기 위해 배트를 사용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아울러 '시티 프레스'는 수사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계획적 범행의 결정적 근거 몇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탄피 한 개가 침실에서 발견됐다. 또 권총집은 침실 한쪽에서 발견된 반면, 나머지 탄피들은 욕실에서 발견됐다. 이를 두고 경찰은 피스토리우스가 먼저 총을 한 발 쏜 뒤 욕실로 도망치는 스틴캄프를 쫓아가 추가로 격발한 증거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스틴캄프의 엉덩이 쪽 총상은 욕실로 도망가 문을 닫기 전 맞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손에 입은 총상에 대해 "아마도 욕실 문을 잠근 뒤 고통과 혼란 속에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을 것"이라며 "피스토리우스가 세 발을 추가로 쐈고, 이 때 총알이 손과 머리를 동시에 관통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피스토리우스에게 살해당한 스틴캄프의 생전 모습, Getty Images/멀티비츠]
사고 당시 스틴캄프는 잠옷을 입고 있었으며, 침실에선 여행용가방과 아이패드가 발견됐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이들이 한 침대에 누워있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애인을 강도로 오해해 총을 쐈다는 그의 말은 신빙성이 없는 셈이다.친구의 증언도 있었다. 그는 피스토리우스가 스틴캄프를 살해한 뒤 새벽 3시 55분에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내 애인을 죽였다"라며 "신이 나를 데려가실 것"이라고 털어놨다고 전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새벽 3시 20분에도 가족에게 자신의 집으로 와줄 것을 전화로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이 집에 도착했을 때, 피스토리우스는 총격을 입은 스틴캄프를 아래층으로 옮기고 있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스틴캄프는 당시에도 숨을 쉬고 있었으며, 피스토리우스는 인공호흡을 시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찰과 의료진이 도착했을 땐 이미 사망한 뒤였다. 한편 피스토리우스는 지난 주말을 구치소에서 보냈다. 그는 가족들의 면회에 눈물을 쏟았고, 교회 목사를 만나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에 대한 구속 적부심은 19일에 있을 예정이다.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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