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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이적료 1000만 파운드(약 172억 원)까진 모르겠고 최소 900만~1000만 유로(약 132~146억 원)는 줄 수 있는 공격수다." 지난 6일(이하 한국 시간) 크로아티아전 당시 경기를 관전했던 토트넘 스카우트가 남긴 손흥민(함부르크)에 대한 발언이다. 그는 자신이 한 말을 불과 사흘 만에 취소해야 할 것 같다. 분데스리가 챔피언을 맞아 두 경기 연속 결승골 포함 네 골을 꽂아 넣었으니, 호들갑도 아니다. 손흥민은 9일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12-2013 독일 분데스리가 2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4-1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8,9호골이자 지난해 9월 도르트문트와의 홈경기(3-2 승) 멀티골 활약의 절묘한 재현이었다. 이날 루드네브스와 함께 선발 투톱으로 나선 손흥민은 89분 동안 최전방과 측면을 활발히 오가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물오른 발끝은 경기 내내 빛났다. 질풍 같은 드리블과 예리한 공간 침투는 상대 수비진을 헤집어 놓았고, 절정의 슈팅 감각도 돋보였다. 전반 14분에는 동료의 크로스를 벼락같은 바이시클 킥으로 연결해 상대 간담을 서늘케했다. 비록 골키퍼 정면을 향했지만 그의 골잡이 본능을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이윽고 경기엔 불이 붙었다. 도르트문트는 전반 17분 공격수 레반도프스키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수비수 베스터만과 골키퍼 아들러가 공중볼 처리를 두고 엇박자를 낸 틈을 타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열어젖혔다. 함부르크도 1분 만에 동점골을 터뜨리며 맞불을 놨다. 얀센의 패스를 받은 아오고가 왼쪽 측면에서 찔러준 땅볼 크로스를 달려들던 루드네브스가 그대로 밀어 넣으며 경기의 균형을 맞췄다.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 속 손흥민이 또 한 번 번뜩였다. 전반 20분 반 더 바르트의 침투 패스를 받아 골키퍼까지 제치고 왼발 슈팅을 날렸다. 비록 사각 지역에서 때린 탓에 공은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지만 골 냄새를 풍기기엔 충분했다. 그는 마침내 전반 26분 역전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감각적인 몸놀림으로 수비수 두 명을 차례로 제쳐낸 뒤, 벼락같은 왼발 슈팅을 날렸다. 공은 골키퍼가 손쓸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가 골포스트를 맞고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지난해 9월 도르트문트전 결승골을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득점이었다. 이후 함부르크는 전반 31분 레반도프스키가 스켈브레드를 걷어차는 파울로 퇴장을 당한 덕에 일찌감치 수적 우위를 점했다. 도르트문트는 전반 종료 직전 괴체가 만회골을 넣는 듯 했지만, 그전에 로이스의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무위에 그쳤다. 함부르크는 후반 15분 브루마가 로이스에 거친 태클을 걸며 퇴장을 당해 위기에 몰리는 듯 했다. 하지만 1분 뒤 루드네브스가 반 더 바르트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골을 터뜨리며 승리에 쐐기를 박아버렸다. 후반 28분에는 훔멜스의 왼발 슈팅을 아들러 골키퍼가 멋진 선방으로 막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동료들의 지원에 힘입은 손흥민도 마지막 순간 또 한 번 불을 뿜었다. 후반 44분 왼쪽 측면을 돌파한 얀센이 문전으로 찔러준 공을 달려들며 골문에 차 넣었다. 상대 수비의 허점을 파고 든 움직임이 빛난 장면. 이어 손흥민은 카차르와 교체되며 밝은 표정과 함께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결국 남은 시간을 잘 보낸 함부르크는 올 시즌 도르트문트에 2전 전승을 거두는 쾌거를 이룩했다. 더불어 9승4무8패(승점 31)로 단숨에 5위로 뛰어 올랐다.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출전권 획득도 더 이상 꿈이 아닌 셈. 그 중심엔 1000만 파운드의 몸값도 아깝지 않을 손흥민의 활약이 있었다. 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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