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할리우드까지 손 뻗었다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LA)의 최대 볼거리 중 하나는 영화산업의 중심지 ‘할리우드’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 사원 양식을 본따 만들어진 ‘그로맨즈 차이니즈 시어터(Graumann’s Chinese Theater)는 할리우드의 최고 명소로, 유명 스타들의 ‘핸드프린팅(손 자국이나 사인을 동판에 새기는 행사)’을 볼 수 있는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가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곳의 이름이 올해부터 ‘TCL 차이니즈 시어터’로 바뀌었다. 중국 광둥성의 다국적 전자회사 TCL이 500만달러(약 53억원)에 이름을 사들여 버린 것이다.1981년에 설립된 TCL은 통신장비 제조사로 출발해 오늘날 중국에서 손꼽히는 전자회사로 휴대폰·TV를 비롯한 다양한 소비자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TV는 2012년 말 기준 삼성전자·LG전자·소니에 이어 세계 4위 업체로 올라설 정도로 저력을 키웠다.설립자인 리둥성(李東生) TCL 회장은 특히 올해 1월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차이니즈 시어터 개명에 대한 거래 합의를 마친 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3)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로 곧바로 날아가 TCL의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리 회장은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하는 할리우드 인기영화 ‘아이언맨’ 시리즈에 TCL의 제품을 협찬하는 PPL(영화나 드라마 등에 특정 기업의 제품을 노출시키는 마케팅)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사실 중국 기업의 할리우드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높은 흥행성적을 올린 ‘트랜스포머3’, ‘어벤저스’, ‘다크나이트 라이즈’ 등의 영화에도 TCL을 비롯해 컴퓨터업체 레노버, 캐주얼의류브랜드 메이터스방웨이(美特斯邦威ㆍMetersbonwe) 등 중국 기업들의 협찬이 있었다. 이같은 공격적인 대중문화 마케팅은 중국 기업들의 부쩍 커진 자신감에 기인한다. TCL의 리 회장은 CES에서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내놓은 새 제품들은 삼성전자나 애플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면서 “아이언맨 같은 유명 영화를 통한 마케팅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TCL의 이름을 알리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방법은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도 매우 효과적이다.기업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까지 이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중국 관영 TV네트워크 CCTV는 지난해 영어로 방송하는 ‘CCTV 아메리카’ 채널을 출범했고 2011년에는 관영 신화통신이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미국지사 설립을 알리는 60초짜리 영상물을 방영했다.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학교 리처드아이비경영대학원의 재닛 드 실바 홍콩캠퍼스 학장은 “본토에서 성공을 거둔 중국 기업들이 해외로 속속 발을 뻗고 있으며, 미국의 소비자들이 이들 기업을 접하고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들 중국 기업들은 지역적 한계를 깨고 성공적인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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