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이성선의 '깨끗한 영혼' 중에서

영혼이 깨끗한 사람은/눈동자가 따뜻하다./늦은 별이 혼자 풀밭에 자듯/그의 발은 외롭지만/가슴은 보석으로/세상을 찬란히 껴안는다./(......)/찾으면 담 밑에 작은 꽃으로/곁에서 겸허하게 웃어주는/눈동자가 따뜻한 사람은/가장 단순한 사랑으로 깨어 있다.
이성선의 '깨끗한 영혼' 중에서■ 영혼이 깨끗하다고 말하는 뜻은 태어난 본바탕의 순백을 그대로 유지한 사람에 대한 예찬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타인에 대해 어린 아이처럼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영화 포스터를 보다 보면, 따뜻한 눈길을 가진 배우에 절로 마음이 따뜻해질 때가 있다. '러브어페어'에 나오는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의 시선이 그렇지 않던가. 따뜻한 눈은 그 시선을 받는 이의 마음을 데운다. 하지만 시인이 주목하는 건, 따뜻한 눈을 가진 이가 반드시 행복하고 안정된 삶 속에 있는 사람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고독한 발과 절망의 한숨을 지닌 사람이 지닌 따뜻한 눈동자. 그가 그토록 따뜻할 수 있는 것은, 타인에게서 무엇인가를 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영혼까지 내비치는 투명한 눈으로 망막에 맺힌 사람을 가만히 좋아하기 때문에, 36.5도의 온기가 머물러 있는 것이리라.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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