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aT'··· 곰팡이 고추 수천t 수입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이하 유통공사)가 외국 농산물을 국내로 수입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검사를 소홀히 하거나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잔류농약 허용기준을 초과한 건고추 1200여t 등 규격미달 건고추 6600t, 양파 1950t 등이 국내로 수입돼 식품위생 안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9일 감사원이 공개한 '국영무역 주요 농산물 판매ㆍ수입실태' 감사결과문을 보면, 2011년 중국산 건고추를 수입하기 위해 현지 업체와 계약을 맺고 제품을 검사하는 과정, 국내에 판매하는 전 과정에 걸쳐 문제점이 드러났다.유통공사는 당시 국내 고추생산량이 줄어들자 전년도 중국 건고추를 구매하기로 결정, 중국 현지업체 4곳과 2010년산 묵은고추 1528t을 555만달러에 수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 당시 현지업체로부터 "품질저하 물량이 많아 수출가능 물량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으나 유통공사는 아무런 조치 없이 곰팡이나 이물질이 일정 기준치 이상 검출된 규격미달 건고추를 수입하기로 결정했다.심지어 일부 제품은 부패되거나 변질됐지만 불량 건고추 선별비용 명목으로 원래 가격보다 35% 이상 높여 66만달러를 추가로 지불했다. 또 현지에서 선적 전 검사시 155t 가운데 48t만 합격됐으나 불합격한 80t을 추가로 선적, 128t을 국내로 들여왔다.검사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를 포함해 총 1336t에 대해 적합하다고 판정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검사과정에서 이 중 800t 이상이 규격미달이라는 점을 통보했지만 유통공사는 이를 무시한 채 비축기지에 입고했다.특히 3차 선적물량에 대해 유통공사는 비축 전 건고추를 절개해 정밀검사를 해 곰팡이가 17.8%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대로 들여왔다. 이후 절개하지 않은 채 재검사를 해 결점이 있는 고추 비율을 7.9%로 낮게 판정하는 등 검사수치를 조작한 사실도 감사 결과 드러났다.이후 국내 업체에 판매할 때도 곰팡이나 이물질이 포함된 품질저하품을 정상품으로 판매했고, 국내 업체가 이의를 제기해도 교환이나 반품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품질저하품이라는 점을 고지하고 판매할 때도 업체로부터 "품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기도 했다. 이 결과 불량 건고추 352t이 시중에 유통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감사원은 수입 및 검사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담당직원을 파면하는 등 관련자 3명에 대해 문책하라고 유통공사 사장에게 전했다. 담당 이사 한명은 이미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감사에서는 퇴직한 직원이 8개 명의로 입찰에 응한 사실을 유통공사가 인지하고서도 묵인해 827억원 상당의 계약을 몰아준 점도 적발됐다. 현지에서 농산물 수입업자로 일하는 이 퇴직 직원은 유통공사 직원에게 향응을 제공하면서 검사업무에 개입하는 등 비리행위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입찰방해 등의 혐의로 이 직원을 검찰에 고발했다.최대열 기자 dy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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