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그동안 공적으로 또는 사적으로 자신의 국정 철학을 공유해 온 인사들로 구성했다. 인수위가 자신의 정치 철학과 대선 공약을 `박근혜 정부'의 정책으로 구현할 기구라는 점에서 자신의 생각을 가장 잘 아는 정책 전문가들을 대거 배치해 친정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외교ㆍ국방ㆍ통일 분과위 간사에는 김장수 전 장관이 임명됐다. 김 전장관은 국방부장관을 거쳐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국방 정책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며 다른 사람과 달리 고개를 숙이지 않아 '꼿꼿 장수'라는 별명으로도 잘 알려졌다. 비례대표 의원 시절에는 본회의장에서 박 당선인과 함께 대화하는 모습이 자주 언론에 포착되면서 박 당선인이 신뢰하는 인사라는 평가도 받았다. 이를 두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외교ㆍ국방ㆍ통일분과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안보 공약을 만드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한 핵심 참모들이 그대로 옮겨갔다는 평가다.
박근혜 당선인이 김 전장관을 임명한 것은 "튼튼한 안보와 신뢰외교로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겠다"는 당선인의 안보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가령 남북관계에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큰 대가를 치르도록 강력한 억지력을 갖추는 동시에 신뢰를 구축하는 노력도 같이하겠다는 뜻이다.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은 이전 김 전장관이 주장하던 국방정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대표적인 부분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차질 없는 추진과 군 복무 기간 단축이다. 이밖에 ▲능동적ㆍ선제적 억지 전략을 통한 적극 방위능력 구현 ▲국가적 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안보실 설치 ▲직업군인의 계급정년 연장 합리적 검토 등의 국방정책 수립 등 박근혜당선인의 정책에 관여하기도 했다. 김 전장관은 2007년 국방부 장관시절 장병들의 군복무 기간을 18개월 단축해야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복무기간단축의 전제로 남북 군사 긴장 완화, 군 구조를 병 위주에서 간부 위주로 개편, 정밀·첨단 무기로 장비 현대화, 대체복무 폐지를 꼽기도 했다. 당시 김 전장관은 "전제 조건 충족이 안 됐는데 당장 시행을 발표하는 것은 안보 포퓰리즘"이라며 "지키지 못할 약속이며 안보 분야의 큰 구멍"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근혜 당선인과 김 전장관의 대북정책의 밑바탕에는 '선(先) 안보강화 후(後) 남북협력'라는 대북 억지력 확보에 있다. 이에 대북정책에도 신뢰를 강조한 박 당선인의 공약을 집행하는 방안이 집중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박 당선인은 남북관계에 도움이 된다면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5ㆍ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에 대해서는 "그냥 갈 수 없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특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외교ㆍ국방ㆍ통일분과에 배치된 윤병세 전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과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를 볼때 북한의 기존 합의 준수 및 비핵화 진전에 상응하는 대북조치 등의 공약사항을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인지가 인수위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7~8년 전부터 박 당선인의 자문 역할을 해온 최 교수는 인수위에서 남북관계의 장애물을 걷어내기 위한 북측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작업의 하나로 박 당선인이 공약한 한ㆍ미ㆍ중 전략대화도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략대화 성사의 관건은 중국의 참여다. 인수위에서는 외교 공약을 총괄한 윤 전 수석의 주도로 이런 방안에 대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인수위에서는 공약사항인 ▲한미동맹 심화 ▲한중관계 업그레이드 방안 등도 밀도 있게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외교·국방·통일분과의 경우 인수위원의 역할이 인수위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공약 개발(대선캠프) → 공약 구체화(인수위) → 공약 이행(정부) 등의 큰 그림을 갖고 박 당선인이 대선캠프의 핵심참모를 인수위원으로 임명했을 것이란 분석이다.실제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 전 의원의 경우 신설될 국가안보실장, 윤 전 수석은 외교부 장관이나 안보실장, 최 교수는 통일부 장관 후보로 정부 안팎에서 계속 거론되고 있다.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양낙규 기자 if@ⓒ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