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가보니 '美中日 양곤투자전쟁.. 한국은 아직'

[세계경제 희망, 아시아] 투자 엘도라도 미얀마<上>

기회의 땅 미얀마 투자 러시방 하나에 4000달러해도 방 없어미얀마 제대로 알아야 '기회'

미얀마 양곤은 투자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늦은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호텔인 트레이더스호텔(왼쪽)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외국기업들이 입주한 사쿠라타워(오른쪽)를 사이로 많은 차량들이 시내 중심가를 지나고 있다. 전력 상황이 좋지 않은 관계로 호텔, 등을 제외한 곳은 일찍 불이 꺼졌지만 미얀마의 상징인 '쉐다곤 파고다'는 날이 밝을 때까지 흔들리지 않고 불을 밝혔다.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기회의 땅' 미얀마는 지금 열병에 빠졌다. 밀려드는 강대국들의 투자 열풍과 미얀마 정부의 빈곤 해결을 위한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는 열기를 더욱 높이고 있다. 미얀마는 인건비가 저렴하고 자원이 풍부하다는 강점 외에도 온순한 국민성, 안정된 치안 등 마지막 엘도라도라고 표현키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 없다. 미국, 중국 등 강대국 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미얀마행 항공기에 몸을 싣는 이유다. 미얀마 정부도 이같은 투자 열풍에 힘입어 외국인투자법을 새로 개정하는 등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포스코, 태평양물산 등이 자리를 잡았으며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CJ 등이 진출을 앞두고 있다. 미얀마에서 터를 잡은 기업들은 조언한다. "미얀마, 제대로 알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방하나에 4000달러해도 빈 방이 없어요."= 미얀마에 대한 전세계적인 러브콜은 제 2의 수도 양곤에서 찾을 수 있다.미얀마 군부가 네피도로 수도를 이전하기 전까지 미얀마의 수도였던 양곤은 실제적인 미얀마 제 1의 도시였다. 미얀마 경제의 80%가 양곤에 집중돼 있다. 공항에서 시내 중심가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각종 다국적기업들의 옥외광고가 즐비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코카콜라, 파나소닉 등의 광고판이 시야를 가렸다. 호텔에서도 투자 열풍을 확인할 수 있다. 1500여개 수준에 불과한 비즈니스 호텔(5성급)은 불어닥치는 투자 열풍에 편승하기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해까지 평균 55달러면 숙박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25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마저도 잡지 못해 게스트하우스 등은 이미 만원사태가 이어졌다. 게스트하우스급 숙소의 하루 숙박비가 100달러로 이는 캄보디아 호텔(5성급)비용과 같다. 현지 외국인아파트(마리나레지던스 등)에 대한 수요도 갑작스레 늘면서 방 3개 규모 외국인아파트의 임차료가 지난해 월 2000~3000달러에서 올해 6000달러까지 급등했다. 방 하나에 4000달러까지도 받고 있으나 빈 방이 없어서 몇 개월씩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코카콜라, 미쓰비시 등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 직원들의 대기 수요가 적체됨에 따라, 자금력이 약한 회사의 직원들과 대사관 직원들은 현지 아파트로 쫓겨나고 있다. 이는 순차적으로 양곤시내 주거시설의 가격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미얀마인들은 양곤 외곽으로 점차 밀려나고 있다. 상가와 오피스도 상황은 다를 게 없다. 월세 5000달러를 내며 주택을 개조해 사무실로 쓰고 있는 한 한국기업의 경우 최근 집 주인이 월세 2만5000달러를 요구해 이주를 고민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이 입주한 양곤 소재 사쿠라타워도 1㎥당 15달러에서 75달러까지 임대료가 상승한 상태다. 한 한인 식당도 집주인이 3배(1만5000달러)까지 월세를 올렸다. 사쿠라타워의 경우 일본 동경내 오피스 가격과 맞먹는 수준이며 주택의 경우 서울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셈이다. 이는 양곤이 미얀마의 경제산업 중심지로서 각종 기업들이 양곤에 터를 잡으려 나선 탓이다. 미얀마 정부도 네피도로 정부청사를 이전했지만 밀려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원성을 고려해 인허가 절차 등 투자상담을 위한 투자위원회(MIC)를 설치해 외국기업을 돕고 있다.

미얀마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다. 시내 중심가를 관통해 술레파고다로 향하는 대로에 미얀마 여성이 아이를 데리고 구걸하고 있다. 도로는 일본산 중고차들로 가득차 있다. 미얀마에서 수입되는 중고차는 대부분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으며 차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차량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뒤로는 외국자본들이 세운 고층 건물이 보인다.

◆왜 미얀마인가?= 폭풍처럼 몰아치는 투자의 열풍은 미얀마가 전세계에 마지막 남은 엘도라도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아프리카를 제외한 현존하는 미개발국가 중 개방의 문을 활짝 연 유일한 국가다. 미얀마는 사회주의 국가로 지난 2011년 4월 떼인세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개방의 기로에 섰다. 이어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NLD당이 43개 선거구에서 전원 당선되면서 민주화에 대한 열풍은 더욱 힘을 얻었다. 이같은 정치 민주화에 따라 힐러리 클린턴 美 국무장관 , 원자바오 중국 총리, 일본 외무장관 등은 물론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재당선이 확정된 이후 미얀마를 찾았다. 1인당 GDP 818달러, 외화보유액 41억달러, 외화부채 58억달러에 그치는 조그만 국가에 대한 관심치고는 과한 편이다. 미얀마는 중국 외에도 거대 소비시장인 인도, 태국, 라오스,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한반도의 3.5배나 되는 영토(67만6563㎢)에 6040만명의 거대한 인구(가용노동인구 3735만명)가 자리잡고 있다. 이들의 인건비는 100달러 미만 정도로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특히 미얀마는 자원이 풍부하다. 미얀마는 복잡한 지질학적 구조를 통해 천연가스(16tcft)ㆍ원유(32억배럴)ㆍ석탄(3억톤) 등 자원광물과 함께, 루비ㆍ사파이어ㆍ금ㆍ다이아몬드 등과 같은 보석류, 아연ㆍ구리ㆍ주석ㆍ니켈 등 히토류 등의 매장량이 상당하다.

미얀마에서 가장 큰 상설시장인 양곤 보족아웅산 시장에서 한 소녀가 미얀마 전통의상 중 하나인 로지를 판매하고 있다.

◆투자대국 미국, 중국, 일본.. 한국은?= 미얀마 자체적으로도 이같은 잠재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미얀마는 잠재력을 바탕으로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문호를 활짝 열었다. 먼저 중국은 미얀마의 제 1 투자 대국이다. 중국의 올 4월말 기준 미얀마 투자 누적 금액은 139억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미얀마가 미국의 경제제재로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미얀마를 돕고 있다. 이는 단순한 미국과의 정치적 대립각에서 나온 결과가 아니다. 고성민 코트라 미얀마 무역관 차장은 "원유 저장고가 많지 않은 중국의 원유 수입로는 중동-말라카해협-중국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말라카 해협은 친미 성향이 강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둘러쌓인 바다로 미국의 항공모함이 틀어막으면 사실상 중국의 원유 공급은 중단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얀마를 통해 원유를 공급받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은 미얀마 서쪽 해안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790㎞ 규모 송유관 건설에 나서는 등 미얀마 공략에 적극 나선 상태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서양 강국과 일본 등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은 달러화 송금을 금지하는 등의 경제 제재를 풀었으며 일본은 차관을 탕감해 주는 등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투자 행렬에 합류하고 있다. 일본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지난 4월 테인 세인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을 통해 미얀마의 대(對)일본 부채 5000억 엔 중 3000억엔(약 4조2000억원)을 단계적으로 탕감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이어 지난달 500억엔(약 6700억원)의 차관을 제공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한국은 매우 소극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5월 이명박 대통령이 다녀간 뒤 진출 의사를 밝히는 한국 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가 나서서 이들 기업들의 진출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며 미얀마 정부도 수많은 강대국들의 원조를 줄 세워놓고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김창규 미얀마포스코 법인장은 "미얀마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관심이 많아짐에 따라 투자 문의가 줄을 잇고 있지만 실제 투자는 없는 상태"라며 "미얀마 정부 자체적으로도 수많은 투자 강국들이 있는데 특별히 한국 기업들을 신경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얀마 지점을 설립하고 대대적인 미얀마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얀마의 경제산업도시인 양곤에서는 삼성 갤럭시S, 스마트TV 등과 관련한 옥외광고를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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