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땅의 죽음은 경제의 죽음이다…개인 기업 다 얽힌 부동산부터 살려야
소비 심리 회복 한계 있어 내년 성장률 3%선 될 듯부동산 거래 뚝 끊긴 요즘 관련 규제 완화가 해결책경제민주화 성공하려면 지속적 성장이 전제조건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이른 경제계 방문은 경제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행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 당선인이 풀어야 할 첫 경제 부문 과제는 부동산이다. 이보다 가계부채 해결·내수활성화 등과 밀접하게 연관된 산업은 없다.”경제위기 극복 방법론(論)을 제시하는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눈빛에는 기대감과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때마침 박 당선인의 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 방문 직후 진행된 인터뷰(지난달 27일)석상에서 손 회장은 새 정부에 대한 바람을 묻는 질문에 '첫 행보 자체가 큰 의미'라는 기대감으로 답을 대신했다. “원래 한 번 말하면 쉽게 바꾸지 않는 분으로 경제활성화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반드시 지켜나갈 것으로 믿는다”는 손 회장의 이어진 발언에서는 15만개 회원사를 대표하는 경제단체 수장(首長)의 결연함을 엿볼 수 있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만 9년째, 경제계 어른답게 대·중·소기업이 바라는 새 정부에 대한 염원을 짧은 답변에 담아 표현한 것이다. 박 당선인에 대한 기대감을 현실화시킬 열쇳말로 손 회장은 릫부동산릮을 꼽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저성장 기조를 풀기 위한 본인만의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부동산은 개인의 자산 가치, 즉 재산을 의미하며 개인의 자산이 높아져야 잠재성장을 저해하는 가계부채도 해결할 수 있고 개인의 부(富)가 높아져야 소비를 통한 내수활성화도 가능해진다”며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통한 선순환 구조 정착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부' 확대 이외에 부동산 거래 활성화가 미치는 산업 파생효과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가 담보돼야 건설회사·가구산업·가전업계 등 유관산업도 함께 빛을 볼 수 있다는 식이다. 재정 자립도가 낮고 경기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더 큰 지방자치단체의 취득세 재원 확대도 부동산 거래 활성화 효과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손 회장의 '부동산 거래 미학(美學)' 강의는 곧 릫규제 완화릮의 당위성으로 귀결됐다. 그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에 관한 기존 입장은 여전히 확고하다”며 “관련 부문 규제는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올라가서 생겨난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고 오히려 뚝 끊긴 거래로 고통받는 개인·기업들이 많아 규제가 필요 없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서는 “성장 속도에 보조를 맞춰가면서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게 현재로서는 최적의 선택”이라며 릫지속가능한 성장과 복지릮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성장과 복지(혹은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정부·정치권·경제계의 대합의(大合意)가 있지 않고서는 경제의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는 “복지를 무시한 성장은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게 서로 맞물려 있다”며 “동시에 경제민주화를 외면하고 대기업 중심주의로 경제 정책이 펼쳐질 경우에도 성장이 지속될 수 없지만,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기업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복지만을 강조할 수만은 없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손 회장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복지 이론에는 국내 경제의 우울한 전망이 내포돼 있다. 수출 중심형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특성상 단기적으로는 미국·유럽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 저하를 동시에 걱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단기적 처방을 위한 새 정부의 초기 정책 과제를 경기부양책 마련, 재정 조기집행으로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 회장이 전망한 국내외 경제 성장률은 암울했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약간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은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과 일본은 여전히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고, 가장 큰 걸림돌로는 유럽재정위기와 미국 재정절벽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국내경제 성장률은 2%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경제도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구체적인 올해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약간 높은 3.0%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설비투자와 소비도 지난해보다는 늘겠지만 크게 나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특히 가계부채, 부동산 침체 등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규제 완화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도 개선해야 할 규제들이 많고 새로운 규제도 생겨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증세(增稅) 문제로 기업들이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고, 이는 곧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려 경제활력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세금부담 완화와 함께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필수 요소”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대한상공회의소 차원의 정책적 지원도 약속했다. 지원 정책은 ▲기업애로종합지원센터·중소기업경영자문단 등을 통한 교육·훈련 및 정보 제공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중소기업의 국제화 지원 ▲해외시장 개척단 파견 및 외국 경제사절단 유치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한 구인기업·구직자 연결 인력매칭사업 등이 제시됐다. 그는 “세제, 노동 등 기업 관련 정책들이 기업과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하고 경제계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해 정부에 적극 건의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기업현장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업종별·현안별로 구성된 위원회를 늘려 참여 기업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서비스산업 발전 등을 위한 별도 협의체 운영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손 회장은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서의 소회도 밝혔다. ▲규제개혁을 통한 기업환경 개선 ▲지속성장을 위한 미래성장동력 확충 ▲사회적 자본 확충 ▲기업현장 애로개선을 중요한 과제로 추진한 결과,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2011년보다 5단계 상승한 세계 19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서) 그동안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그 중에서도 산업단지 개발기간 단축, 창업절차 간소화, 원칙허용 예외금지의 인허가 제도 도입 등을 이끌어낸 것이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 차원에서 개별 기업들의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토록 노력해 궁극적으로 기업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일선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당부로는 “어려운 상황에서 창의와 혁신이 나온다”는 원론을 되새겼다. 손 회장은 “위기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특히 재무, 판매 상황 등을 점검해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하며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성과 품질향상, 연구개발(R&D), 경영혁신, 판매시장 다각화, 새로운 제품개발 등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노종섭 산업부장, 정리=임선태 기자 neojwalk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임선태 기자 neojwalke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