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아리랑제' 최초 열려..'독립정신·아리랑, 현대적 계승'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이달 초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면서 국내 여러 지역에 산재한 아리랑 연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구한말 춘천을 비롯한 전국에서 불려졌던 '의병아리랑'이 발표되고, 관련 행사가 열려 눈길을 끈다. 나라없이 살수없네 나라살려보세 조상없이 살수없네 祖上살려보세살수없다 한탄말고 왜놈을잡아 임금앞에 꿇어앉혀 우리 분을푸세윤희순(尹熙順) 의병아리랑 中춘천아 봉의산아 너잘있거라 신연강 배턱이 하직이로구나우리나 부모가 날 기르실제 성대장 줄려고 날 기르셨나귀약통 납날개 양총을 메고 벌업산 대전에 승전을 했네아리랑 아리랑 아리라리요 아리랑 얼싸 배띄어라춘천의병아리랑 中오는 28일 오후 3시 춘천시 여성회관에서 '의병아리랑제'가 최초로 개최된다. 이 행사를 주관한 의병아리랑보존회는 조국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 의병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 '의병아리랑'을 독립적으로 기획했다. 기연옥 의병아리랑보존회 회장은 "의병정신이 담긴 아리랑을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 등의 해외동포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연옥 의병아리랑보존회 회장

기 회장은 보존회 회원들과 함께 전국에 있는 의병아리랑이 불려진 역사의 현장을 답사해왔다. 의병아리랑은 조선말 춘천, 제천 문경, 안동, 등지에서 불려졌다. 보존회는 그동안 의병장 유인석의 묘에 참배하고, 그의 며느리이자 최초의 여성 의병인 윤희순을 기려 ‘안사람의병가’를 직접 개사해 '윤희순의병아리랑'으로 이번 무대에 선보인다. 의병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가 위기에 처하게 됨에 국가가 부르지 않아도 일어나 외적과 투쟁하여 나라를 지키고 되찾으려는 군사 활동'이다. 우리나라 의병정신은 독립운동으로 직결됐다. 기연옥 회장은 특히 자신이 의병가문 기씨임을 자부한다. 그는 호남 유림 기정진, 호남창의 총수 기우만, 백마장군 기삼연, 을사오적 결사대장 기산도의 후손임을 가슴에 담고 살아왔다. 호서·관동의 의병장 유인석 가문이 상징한다면, 호좌 의병은 기우만 가문이다. 소리꾼 기연옥 회장은 기우만의 직손녀이다. 호남의 의병사는 유일(遺逸)로 천거되고 호남 유림의 위정척사 사상을 잇는 기정진(1798~1879)의 후손이다.기 회장은 아리랑과 춘천의병아리랑을 접하고 의병아리랑을 중심으로 한 음반을 기획하고 있다. 그는 "의병아리랑으로 의병정신을 계승하고 유훈과 유적을 찾아 위령하고 싶었다"면서 "이번 행사로 의병아리랑을 통한 ‘의병과 아리랑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이번 행사는 아리랑이 ‘고난의 꽃’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장이다. 고난을 극복한 곳에는 아리랑이 불려진다는 사실에서다. 전통시대의 내적 모순, 구한말의 혼란, 그리고 35년 일제치하의 고난, 이를 관통해 한민족이 함께 해온 아리랑이다. 이윤구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은 "1896년 엄동지절의 의병사를 떠올리면 전율을 느낀다. 1910년 이후 1945년까지의 항일독립운동을 추동했다는 사실에서다"면서 "'의병정신'과 아리랑의 '현대적 계승'에 기여하는 의미있는 의병아리랑제가 될 것"이라고 축하했다.박민일 한겨레아리랑연합회 고문 역시 "의병과 춘천, 이 거룩한 이름은 이 시대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말이다"면서 "그동안 이유라선생과 김길자 선생,그리고 기연옥 선생에 의해 의병아리랑으로 불려지고 있음을 뜻깊게 생각했다"고 말했다.기미양 김산연구회 회장도 "김산선생의 불화살 같이 산 삶은 곧 아리랑정신이었다. 이정신은 바로 의병정신의 계승이기도 하다"면서 "이번 공연은 비로소 ‘기연옥의 의병아리랑’으로 새로운 길을 가는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밝혔다.오진희 기자 vale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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