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서, 금융지주 회장들은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정권 교체 때마다 그래왔듯, 금융권에도 대규모 인사 태풍이 불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금융지주 회장들은 정권 초기 '4대 천왕'이라는 이름을 얻을 만큼 정권과 가까웠으며, 개인적으로 영향력도 컸던 인물들이라 더욱 그렇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강만수 KDB산은금융지주 회장 등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두터운 친분을 바탕으로 빠르게 금융권력을 잡았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이 탄생한 지금 시점에선 이 대통령과 가까웠다는 사실 자체가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스스로도 'MB맨이 맞다'고 했던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이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다. 2010년 7월 KB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어 회장은 취임 초기 KB금융 구조조정, 체질개선 등 활발한 모습을 보였으나 결국 야심차게 추진해오던 ING생명 인수를 포기했다. 사외이사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2008년 6월 임명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역시 이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다. 그는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이 회장의 경우 임기는 여전히 1년 반이 남아있다. 'MB노믹스'의 대표아이콘인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14년 3월까지다. 강 회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산은금융 기업공개(IPO), HSBC(홍콩상하이은행) 서울지점 인수작업 등도 임기 중에 모두 달성하지 못했다. 취임부터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며 출근 저지까지 받았던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출신이다.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등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신한금융은 2010년 라응찬 전 회장과 주요경영진이 물러나면서 조직을 이미 재정비했다. 하나금융 역시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이 퇴직해, 금융지주 관련 업무에서 손을 뗀 상태라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들 금융지주 회장들의 모습을 보면, 정권 초에 힘을 받았던 이 대통령과의 인연이 오히려 정권 말에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지주 내부에서는 대선 전부터 이미 일부 임원들이 후보자 진영에 줄대기를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벌써부터 어떤 금융권 인물이 당선자와 학연, 지연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모습도 공공연하게 볼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임명될 당시부터 낙하산 논란, 친분인사 등 여러 말이 있었던 만큼 지금의 상황은 어찌보면 당연하다"며 "매번 정부와 친밀한 사람이 금융지주 회장으로 오다 보니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정권에서는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 정치권력이 개입해서는 곤란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정 정치권력이 금융지주 인사에 개입하는 상황이 반복될수록 은행의 자율성이 훼손되고, 금융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 금융권 경영환견은 정말로 앞이 안 보이는 상황"이라며 "금융권이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지 않아야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일 할 수 있는 데 참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부 김은별 기자 silversta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