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회사 직원, 겨울에 아파트 부녀회 찾아가는 이유는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뉴타운 철회로 재건축이 무산된 서울 지역 한 아파트단지의 부녀회장 A씨는 재건축이 무산됐으니 재도장이라도 추진하자는 주민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아파트 대표회의 손잡고 준비 작업에 나섰다. 재도장 범위를 선정하는 것은 물론 전국을 돌며 아파트단지에 걸맞는 색상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KCC, 삼화페인트 직원들이 직접 부녀회를 찾아 가상 도장 시뮬레이션을 제공해 좀더 수월하게 색상을 선택할 수 있었다. 건설시장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페인트 업계가 비수기에도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신규건축의 급감으로 인해 재도장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18일 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재도장 시장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며 "최근 현장에서 진행되는 도장 작업 중 70~80%는 재도장 작업"이라고 말했다. 평소 재도장 작업보다는 신규 건축물 도장 비율이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이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크게 늘면서 신축건물이 급감하자 업체들이 틈새시장인 재도장 수요에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주택은 10월말 현재 4개월 연속 증가하며 7만호를 넘어섰다. 특히 재건축ㆍ재개발이 연이어 취소된 서울의 재도장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신축 후 5~6년이 지나면 오염이나 이물 등으로 색상이 바래 재단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은 비용으로 아파트 단지가 새단장한 듯한 분위기를 내는 데 재도장만한 게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재도장 작업에 주도권을 갖고 있는 아파트 부녀회를 직접 공략하는 등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KCC의 경우 본사 영업부서 내에 별도로 팀을 만들어 공략에 나서고 있으며, 삼화페인트 역시 영업소 내에 팀을 구성하는 한편 색상견본과 가상 도장 시뮬레이션을 제시하는 등 소비자 취향을 맞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비수기인 겨울에 업체들이 영업에 나서는 것도 눈길을 끈다. 추운 날씨에 도장을 하면 페인트가 일찍 경화될 수 있고, 눈이나 비가 많아 습도가 높으면 페인트가 일어나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어 그동안 겨울은 비수기로 여겨져왔으나 상황이 달라졌다. 삼화페인트는 작년 매출액(4168억원)중 29%(1220억원)가 겨울 시즌이 포함된 4분기에 발생했으며, 비수기인 1분기 매출액도 794억원으로 전체의 19%를 차지했다. 삼화페인트 관계자는 "아주 추운 날이나 눈ㆍ비가 오는 날만 아니라면 오히려 페인트가 마르는 데 좋은 환경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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