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지난 13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의 모 오피스텔을 급습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직인이 날인된 임명장 2박스를 찾았다. 16일에는 강원도에서 박 후보 명의의 임명장이 담겨 있는 박스 10개가 발견된 데 이어 17일 대구의 한 오피스텔에서도 수백장이 발견됐다.최근 박 후보 명의의 임명장이 도마에 올랐다. 박 후보 캠프에서조차 몇 장이 발행됐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누리당은 "임명장을 주는 것은 합법"이라며 담담한 표정이지만, 민주통합당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남발되는 것은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얼마나 발행된 것일까. 지난 10월부터 새누리당 당사는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실무자들은 하루종일 임명장이 담긴 박스를 카트에 담아 나르기 바빴다. 조직총괄본부의 한 관계자는 18일 "지금까지 최소 수십만장의 임명장이 발부됐다"면서도 "각 특별본부에서 명단을 파악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임명된 사람을 중앙 차원에서 취합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조직총괄본부 산하 특별본부에서도 박 후보의 특보로 임명된 사람이 몇 명인지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았다.박 후보의 특별보좌관(특보)으로 임명되기 위해선 어떤 절차를 거칠까. 임명장 수여식은 당 중앙선대위 산하 조직총괄본부와 직능총괄본부가 주로 담당한다. 산하의 지역 조직이나 직능 조직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통했다. 문어발식 조직을 갖추고 산하 지역에서 명단이 전달되면 임원들에게는 직접 임명장 수여식을 통해 전달됐다. 한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회장의 지시로 전체 회원의 명단을 올려 임명장을 받은 뒤 원하는 회원들에게 배포했다"고 설명했다.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명단을 제출하는 입장에선 조직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구성원 개인의 의사는 확인을 거치지 않고 더 많은 사람을 추천해야 했다. 지역 조직의 경우 중앙의 관리가 더욱 부실했다. 본인이 원하지도 않은 임명장이 집으로 배달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민주통합당의 각 지역 당협위원회에는 이 같은 신고가 수십 건 접수됐다. 한 실무진은 "선거 때마다 이런 일이 있었지만 중앙 차원에서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민주통합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밝혔다.민주통합당 강원도당은 16일 "새누리당 중앙당에서 임명장 배달 요청을 받은 한 시민이 '구태정치에 환멸을 느낀다'며 박 후보 명의의 임명장이 담긴 박스 10여개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이 상자엔 '제18대 대통령선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특보에 임명함'이라고 적힌 임명장 700여장이 들어 있었다.캠프에서 임명장을 남발하는 것은 그만큼 확실한 지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후보의 특별보좌관이라는 직책을 줌으로써 그만큼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후보 특보의 경력은 선출직에 출마할 때 공식경력으로 사용되기도 한다.이에 대해 박 후보 측 이상일 대변인은 "박 후보의 임명장은 적법 절차를 거쳐 발행됐고 임명장을 주는 것 역시 합법으로 전혀 불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본인 의사에 반해 발행된 것은 '실무진의 착오'라는 것이 새누리당의 설명이다.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측 김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선거가 이틀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백장의 임명장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남발되고 있는 것은 청산돼야 할 구태정치"라며 "임명장을 남발하는 혼탁선거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민우 기자 mw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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