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야로의 만화, 일본 드라마로도 제작..뮤지컬은 11일 개막
심야식당 뮤지컬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야근을 마치고 파김치가 돼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 길, 무엇인가 나를 위로해줄 음식이 필요하다. 거창하고 뻑적지근한 상차림 말고, 나만을 위한 정갈하고 소박한 음식이면 족하다. 일본의 만화가 아베 야로가 그린 '심야식당'은 이러한 로망을 세심하게 채워주는 '힐링' 만화다. 여기에 나온 식당은 밤 12시에 문을 열어 다음 날 새벽 6시에 문을 닫는 기묘한 곳이지만 손님들은 국수 한 사발, 두부조림 한 접시, 따뜻한 단팥죽 한 그릇에 울고 웃으며 그날의 고단함을 털어낸다. 2006년 연재를 시작한 이후 일본을 넘어 한국과 대만 등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이 만화의 매력은 은근하다. 내용이 자극적이지도 그림이 화려하지도 않다. 다만 각 에피소드별로 한 가지 메뉴를 소개하면서 삶의 애환이나 뭉클한 추억, 따뜻한 사연도 밑반찬으로 곁들인다. 각 메뉴별 레시피는 덤이다. 밤늦게 일을 마친 샐러리맨, 새벽녘에 돌아가는 스트리퍼,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무명가수, 다이어트 중인 간호사 등 일상에 지친 사람들은 심야식당의 단골이다. 이 단골들은 메뉴판에도 없는 음식을 주문하고, 주방장은 묵묵히 찌고, 썰고, 볶고, 끓이며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요리를 내놓는다.현재 만화는 10권까지 나온 상태다. 일본에서는 단행본 누적 판매량만 110만부를 넘었다. 특히 40대 남성들이 이 만화의 열혈 독자층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작품이 워낙 인기가 있자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아랫배도, 마음도 채워드립니다'라는 부제로 주인공 주방장 역은 '코바야시 카오루'가 맡았다.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오다기리 조'도 "인생을 만만하게 보지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단골 손님으로 출연했다. 시즌 1을 거쳐 시즌 2까지 완결된 상태다. 한국에서도 단행본 판매량이 30만부를 가뿐히 넘길 정도로 인기다. 심야식당에 등장하는 음식을 메뉴로 한 '유사' 심야식당이 곳곳에 생기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아베 야로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사인회를 열었다. 그는 "일본에서도 수수한 만화라고 일컬어지는 졸작이 어째서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한류 드라마처럼 미남미녀나 부잣집 아가씨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쩌면 한국에도 (작품 속)리바운드를 반복하는 마유미 씨나, 언뜻 무서워 보이는 얼굴이지만 빨간 비엔나 소시지를 좋아하는 류 씨 같은 사람이 있는 게 아닐까"라고 소감을 말했다. 일본에서 심야식당을 드라마로 만들었다면 한국에서는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뮤지컬 버전의 '심야식당'은 작가 정영, 작곡가 김혜성, 연출가 김동연이 함께 작품 개발을 시작해 올 초 두산 아트랩 워크숍 공연으로 첫 선을 보였다. 이후 연극열전 시리즈 제작을 함께했던 ㈜적도가 참여해 정식 뮤지컬로 탄생시켰다. 주방장 역에는 송영창과 박지일, 40대 노총각 '타다시'역에는 서현철과 정수한, 게이바 마담 '코즈스' 역에 김늘메와 임기홍 등이 출연한다. 권지선 적도 홍보팀장은 "원작자인 아베 야로도 뮤지컬 탄생 소식에 관심을 보였다"며 "많은 에피소드 중 중요한 것을 엮어 큰 줄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첫 공연은 11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열린다.조민서 기자 summ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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