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KB금융지주가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5일 KB금융 이사회는 명동 본사 7층 회의실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안을 논의했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사회는 "사안이 중대하고 자료가 방대한 점을 감안할 때 좀 더 내용을 검토하고 구체적으로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18일 이사회를 속개해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는 오후 4시께 시작돼 3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이사회에는 어윤대 KB금융 회장과 임영록 사장 등 상임이사 2명, 민병덕 국민은행장 등 비상임이사 2명, 사외이사 9명 등 이사회 멤버 13명이 모두 참석했다. KB금융 이사회는 이미 ING생명 인수 건과 관련, 여러 차례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결론은 쉽게 나지 않고 있다. 몇몇 이사진들은 보험업권이 어렵다고 지적했고, 인수 가격 자체를 문제삼는 이사진도 있었다. 세계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인수자금을 비축해 두는 것이 더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어 회장은 인수가격을 조율, 2조2000억원대 수준으로 낮추고 직접 이사진들을 설득하기도 했으나 아직 동의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KB금융의 ING생명 인수가 자꾸만 미뤄지자, 일각에서는 인수 가능성 자체가 갈수록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중국 현지법인 개소식 참석차 베이징에 방문했을 당시 벌어진 어 회장의 '취중 소동' 또한 ING생명 인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어 회장은 지난달 20일 국민은행 중국 현지법인 개소식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 사외이사 및 고위 임원들과 함께 한 저녁 술자리에서 고성을 지르며 술잔을 깬 것으로 알려졌다.어 회장은 사외이사 일부가 ING생명 인수에 부정적인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서 "사심 없이 추진하는 일인데 왜 충정을 몰라주느냐"며 분노를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전 KB금융 부사장 2명을 불러 ING생명 인수를 둘러싼 경영진과 이사회의 갈등 상황에 대해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굉장히 불미스러운 일"이라며 "인수 과정의 적정성 등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어 회장이 이처럼 ING생명 인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취임 초기부터 강조한 비은행 부문 강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어 회장은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국민은행의 사업부문이던 신용카드 업무를 떼어내 국민카드로 분사시켰고, 이로 인해 5% 미만에 머물렀던 비은행 부문의 수익비중을 1년 사이 7.9%로 크게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ING생명 한국법인이 KB금융에 인수될 경우 비은행 사업영역 이익 기여도는 약 6%포인트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한편, 올 9월 말 기준 KB금융의 총 자산 373조3520원 중 비은행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84조4510억원으로, 22.6% 수준이다. 어 회장이 강조해 온 '비은행부문 30%'에 크게 못 미친다.김은별 기자 silversta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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