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딘가 서늘한 얼굴. 또 그러면서도 온기가 있는 그의 눈빛은 작품 속에서 여러 개의 표면을 가진 인물의 표현에 적합하게 맞물린다. 영화 <비정한 도시>에서 그가 분한 택시운전기사 돈일호는 “남에게 해코지란 건 할 생각조차 못하는 평범한 소시민”에서 순간적인 외압에 의해 감정의 증폭이 일어나 두려움에 떨면서도 누군가를 협박하게 되는 인물이었다. 조성하는 그 넓은 간극을 표현해야 하는 돈일호를 통해 디테일하게 그의 이면을 보여준다. 2011년 대종상 영화제 남우조연상을 받은 영화 <황해>에서 그가 그려낸 김태원은 자신의 목표로 설정한 사람을 없애기 위해 누군가를 협박하고 극 중의 먹이사슬에 의해 다시 자신이 협박을 당하는 묘한 위치에 놓였고, 조성하는 때론 불안하고 때론 위협적으로 다가와야 하는 김태원을 온전히 드러내며 자신의 신을 이끌어냈다.올해 마흔일곱. 그에게 연기 인생이란 결코 쉽지 않았고, 많이 돌고 곱씹어서 가야 했던 길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연극반을 들어가며 처음 연기와 마주한 그는 서울예술대학의 연극과를 졸업했지만 서른아홉이 되던 해인 2004년에야 영화 <미소>를 통해서 데뷔할 수 있었다. 멀리 돌아 다시 맨발로 연기를 시작하면서 그는 욕심내기보다는 순간에 몰입하며 스스로를 다지며 지금에 이르렀다. 애쓰고 힘내어 여기까지 온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의 연기 인생에 대해 스스로 확신에 찬 목소리로 “나는 아는 게 이거(연기) 밖에 없거든요”라 말하는 배우 조성하는 마치 하나의 재료로 꼼꼼하고 옹골차게 만들어지고 있는 옹기 같다. “작품을 하면서 나쁘건 좋건 어떤 피드백을 받게 되고, 새로운 만남이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며 여전히 연기에 대해 순정을 펼치는 그가 연기와 함께 지나온 자신의 청춘을 떠올리며 ‘내 청춘의 한 자락이 떠오르는 노래들’을 추천했다.<hr/>
1. Jason Mraz의 < 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 (Korea Tour Edition) >조성하가 첫 번째로 추천한 곡은 Jason Mraz의 < 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 (Korea Tour Edition) >에 수록된 ‘Lucky (Feat. Colbie Caillat)’다. Colbie Caillat과 함께 부른 이 곡은 Jason Mraz 특유의 감성적인 노랫말과 그의 기타 연주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곡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수많은 커버버전을 양산해 내기도 했다. “사랑에 관해 노래하는 Jason Mraz의 음악을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Lucky (Feat. Colbie Caillat)’는 ‘널 만난 건 행운이었어’ 라는 내용의 가사잖아요. 우리 집사람을 만난 그 순간들을 생각나게 하는 노래예요. 듣고 있으면 아내에게 당신을 만난 것이 내겐 행운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하하하.”
2. 김광석의 <5집 Classic>“시대를 막론하고 여러 노래를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자주 듣는 곡은 싱어송라이터들이 짓고 부른 편안한 곡”이라는 그가 두 번째로 선택한 추천곡은 김광석의 5집 <5집 Classic>에 담긴 ‘먼지가 되어’다. 마치 한 편의 시를 옮겨 놓은 듯한 가사가 특징인 ‘먼지가 되어’는 최근 Mnet <슈퍼스타K 4>에서 참가자 정준영과 로이 킴이 다시 부르며 음원 사이트의 상위권을 점하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김광석 노래를 십팔번으로 많이 부르는데 우리 집사람이 목소리 톤이나 노래 색깔 같은 것이 나하고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한 곡이에요. 그래서 쭉 열심히 불러오고 있어요.”
3. 김민우의 <1집 사랑일뿐야>청춘의 한 자락이 떠오르는 노래들을 고르던 조성하가 입대 추억을 떠올리며 소개한 세 번째 추천곡은 김민우 1집 <1집 사랑일뿐야>의 ‘입영열차안에서’다. 작곡과 편곡에 윤상이 참여한 이 곡은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와 함께 군입대 전 꼭 부르고 떠나는 노래로 손꼽히는 곡. 조성하 역시 “정말 입대를 앞두고 안타깝고, 슬퍼서 늘 불렀던 노래예요”라며 지난 추억을 회상했다. “그리고 일단 노래를 참 잘하시잖아요, 김민우 씨가. 가장 애창하는 노래 중 하나예요.”
4. 김현식의 <3집 비처럼 음악처럼>조성하가 네 번째로 추천한 곡은 김현식의 3집 <3집 비처럼 음악처럼>의 타이틀 ‘비처럼 음악처럼’이다. “이 곡은 역시 분위기죠. 비 오는 날. 이건 뭐 거의 뭔가 촉촉한 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붙잡고 눈을 마주 보며 괜히 한번... (웃음)” 다채로운 사운드의 음악을 시도하며 1980년대 한국 대중음악 계의 한 획을 그은 김현식에게 조성하는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김현식 씨 노래는 정말 다 좋아요. ‘사랑 사랑 사랑’도 엄청나게 좋아하고요. 부르는 건 ‘이별의 종착역’을 가장 많이 불러요. 노랫말이 가장 와 닿더라고요.”
5. 바비 킴의 < Love Chapter 1 >조성하의 마지막 추천곡은 바비 킴의 < Love Chapter 1 >에 수록된 ‘사랑..그 놈’이다. “들을수록 매력이 있는 곡인 것 같아요. 나의 젊은 시절을 생각나게 하기도 하고요. 뭔가를 좀 멋있게 해보고 싶어서 했는데 그게 웃음거리가 되고 마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던 젊은 날의 내가 생각이 나요. 젊은 시절, 아직 경험이 별로 쌓이지 않았을 때 자꾸만 맡게 되던 힘든 상황들. 그러면서도 또 계속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대시를 하고. 젊을 때의 내 모습을 보는 듯한. 실패했던 사랑들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그때가 생각나고 가슴은 아프지만 듣고 있으면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hr/>
그에게 연기란 재밌고, 신나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연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재미보다는 희열에 있었다. “연기를 ‘재미있구나’라고 느낀 적이 없었어요. 늘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냥 무대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때의 기분이 좋았죠. 그 따뜻함과 포근함. 볕 좋은 가을날 밖에 나와서 눈을 감고 그 햇빛을 맞을 때 있잖아요. 그런 느낌이 좋았어요.” 이제 막 주연 배우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그는 이제껏 하나하나의 경험에 진심을 눌러 새기며 성장해왔고, 여전히 지금이 또 시작이라고 말한다. “연극계에서 영화계로 넘어오면서 ‘나는 이제 신인 배우다’ 생각했어요. 방송 쪽을 하면서도 또다시 ‘신인배우다’ 했었고. ‘처음’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힘이 있잖아요. 콧속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 줄 것 같은, 내 쳐진 눈꺼풀을 당겨 올려줄 것 같은 힘. (웃음) 그런 것들이 아마 에너지를 올려주는 것 같아요.”<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이경진 기자 twenty@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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