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대형사는 엎드렸는데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부영, 모아, 대방 등 중견 건설사들이 아파트 용지를 싹쓸이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몸집을 줄이며 주택공급에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는 사이 일부 중견사들이 주택시장을 주도할 태세다. 이들 중견사가 사들인 용지는 알짜용지로 분류되는 화성동탄2과 세종시 등 공공택지개발지구다. 수천억원의 실탄을 들여 확보한 용지에서 내년 상반기부터 실수요자를 겨냥해 아파트 공급의 포문을 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공공택지개발지구는 기반시설이 잘 갖춰지기 때문에 수요자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크다"며 "내년 분양시장에서 중견 브랜드의 분양이 돋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견 건설사, '왕성한 식욕'=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택지지구 아파트 용지를 사들이는 주력업체들은 중견건설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건설사로는 대우건설이 위례신도시에서 2084억원 규모의 필지를 사들인 게 유일하다. 중견사로는 부영주택과 모아건설, 대방건설, 신안 등이 꼽힌다. 부영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경기도 화성동탄2지구 아파트 용지 3개 필지, 강원혁신도시 1개 필지, 춘천장학 1개 필지 등 5개 필지를 사들였다. 매입액 규모만 3560억원에 달한다. 부영은 이 필지를 통해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 등을 골고루 공급할 계획이다.특히 세종시에서는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형 건설사들이 포기한 땅을 중견 건설사들이 대거 사들였다. 아파트용지 24개 필지 중 기획재정부가 공무원 숙소용으로 분양 받은 1개 필지와 경쟁 입찰에서 유찰된 5개 필지를 제외한 18개 필지 모두 도급순위 24~395위의 중견건설사가 매입한 것. 현대건설이 포기한 4개 필지와 인근 1개 필지를 더해 도급순위 168위인 모아건설이 784억원에 가져갔다. 대림산업과 삼성물산이 포기한 2개 필지는 제이제이건설과 한림건설에 돌아갔다.대방건설 역시 최근 분양대상지역 광역권 확대로 수혜가 예상되는 경남 양산 물금지구 총 3개 필지에 1260억원의 아파트 용지를 사들였다. ◆내년 택지지구 분양 '풍성'= 중견 주택업체들이 공공택지 매입에 적극 나서는 것은 작게 개발하는 민간택지보다 수요가 풍부하다는 이유에서다. 화성동탄2지구 공동주택용지 4개 필지 입찰에서는 60~85㎡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A-13블록을 반도이엔지가, A-23블록과 A-31블록은 부영주택이 각각 낙찰됐다. 나머지 85㎡초과 주택을 짓는 땅도 부영주택에게 돌아갔다. 시범단지인 화성동탄2신도시 10개 필지가 수도권 분양시장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자 수요자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는 주택용지를 중견사들이 확보한 것이다. 부영주택 관계자는 "중견업체에게 땅은 자산이나 마찬가지"라며 "적정한 가격에 나온 땅을 미리 확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용지를 매입한 중견사들은 공급을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다. 이송재 대한주택건설협회 기획본부장은 "대형 업체에 비해 열악한 환경을 가진 중견사들은 단기간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공공택지 확보에 적극적"이라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분양가와 커뮤니티시설 등을 특화시키는 등 수요자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진희정 기자 hj_j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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