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특검 수사 결과에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의 이중 잣대가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사건을 수사한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14일 청와대 경호처 김인종 전 처장(67), 김태환 특별보좌관(58)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심형보 시설관리부장을 공문서변조및행사 혐의로 각 불구속기소했다. 특검팀은 사저부지 매입대금 분담 몫을 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경호처가 감정평가기관들이 감정한 객관적인 기준 대신 임의로 가격을 정해 시형씨가 물어야 할 몫까지 국고에 부담시켰다고 판단했다. 시형씨가 사들인 사저부지에 대한 감정평가액 평균에 따른 적정 매입가격은 20억 9000여만원임에도 실제 시형씨는 11억 2000만원만 부담해 국고에 9억 7000여만원 손해를 가했다는 이야기다.특검팀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에 대해선 배임과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위반 등 제기된 의혹 모두 무혐의로 결론냈다. 시형씨가 부지매입 과정에 관여한 정도가 희박할 뿐더러 이 대통령 내외와 명의신탁ㆍ수탁 관계를 형성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한 탓이다. 특검팀은 다만 매입대금 12억원이 사실상 큰아버지와 어머니 수중에서 마련돼 부지매입의 실질이 '증여'에 있다고 봤다. 시형씨도 특검 조사 과정에서 본인이 매입대급을 갚을 능력이 없음을 자인하고, 김윤옥 여사 역시 서면진술을 통해 이를 대신 갚아줄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시형씨 명의로 사들인 뒤 사저 건립에 맞춰 이 대통령이 되사기로 했다던 해명도 시형씨 표현에 따르면 "여러 옵션 중 하나였다"고 번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시형씨에게 편법 증여에 따른 증여세 포탈 정황이 있다고 봐 관할 강남세무서에 과세자료를 통보했다. 세무당국은 특검이 통보한 자료를 면밀히 검토해 조세범처벌법 위반 여부 및 추징세액을 판단할 예정이다. 다만 국세청 조사 결과 시형씨가 증여세를 물게 되더라도 추징세액이 형사고발 기준에 미달해 형사 고발까진 이어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특검 수사 결과를 접하자 곧장 "일방적인 법률 적용"이라며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청와대는 배임 혐의에 대해 경호처는 부지 가격을 배분하며 '미래'가치를 고려해 나름의 합리적인 기준을 적용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측은 검찰 수사 단계서부터 과거 사저부지 매입 결과 사저부지 몫의 공시지가가 크게 뛰어오른 점 등을 감안해 현물 시가와는 달리 가격을 정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청와대는 또 아들 시형씨의 편법증여 논란에 대해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가정적 의사'로 증여로 단정했다고 덧붙였다. 땅값 배분이 불균형을 이뤄 국고에 손해를 가한 대목은 '미래의 이익을 감안'했으니 죄가 안되고, 편법으로 재산을 물려주려한 정황은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일이니 책임이 없다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이중잣대를 적용하며 이러나저러나 결국 죄가 되지 않는다는 불합리한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는 경호처 직원이 문서를 꾸며낸 의혹에 대해서는 문서관리ㆍ업무프로세스에 대한 오해라며 재판과정에서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시설관리부장 심씨 등 청와대 관계자들은 앞선 검찰 조사 과정에서 "계약 당시까지 매입금액을 알지 못했다"며 "부지별 매입금액에 대한 합의 없이 이른바 '통으로 매수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계약 체결 후 검찰 조사 전 작성된 '부지매입 집행계획 보고서'에는 지번별로 필지별 감정평가평균금액 및 단가, 협의금액 및 단가가 각각 적혀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후 특검이 자료제출을 요구하자 앞서 검찰에 진술했던 내용에 맞춰 세부내용을 삭제하고 총 매입금액만 적힌 보고서를 꾸며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아직 해명되지 않아 논란을 부르는 대목이 있다. 시형씨가 마련한 매입대금의 출처와 행적에 대한 의혹이다. 특검팀은 시형씨가 부지 매입자금 중 큰아버지 이상은 다스 회장(79)으로부터 6억원을 조달한 당일의 행적이 뚜렷치 않은 점에 주목해 돈의 출처, 돈이 오가며 작성된 차용증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데 공을 들였다. 특검팀은 이 회장이 내줬다는 6억원의 출처가 과거 BBK특검 당시 실소유주 논란을 부른 도곡동 땅 매각대금인지 여부도 주목했으나 청와대의 수사 연장 거부로 더 이상 확인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특검팀은 또 시형씨가 차용증을 작성한 청와대 컴퓨터의 차용증 원본 파일을 확보해 실제 6억원이 오가기로 합의된 시점을 확인하려 했으나 청와대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 거부로 실패했다. 시형씨가 부담할 부동산 중개수수료 1100만원이 대납된 정황도 결국 청와대 경호처가 회계장부를 내놓지 않아 특검팀이 확인할 수는 없었다. 청와대가 특검 수사를 가로막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향후 재판과정 및 정권교체 후 있을 수 있는 추가 수사를 통해 의혹들이 풀릴지 관심을 모은다. 이석수 특검보는 "특검 입장에서 보면 대한민국에 더 이상 성역이 없다는 부분에 대해 확인하는 계기"라고 평했다.정준영 기자 foxfur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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