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김희주기자
[제빵왕 김탁구]에서의 이미지 때문에 오해했는데 '1박 2일'에서 아기처럼 잠든 모습을 보고 무장해제 되었어요.
사실 <승승장구>를 보기 전까지는 그저 해맑게 잘 자란 귀염둥이 막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 시즌 2’(이하 ‘1박 2일’)에 합류하지 않았다면 그 귀엽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거예요. 인기리에 막을 내린 국민 드라마 KBS <제빵왕 김탁구> 출연진들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숨은 매력을 얼핏 선보인 적이 있긴 해요. 그래도 길에서 악역과 마주치면 등짝부터 때리려 든다는 아주머니들처럼 구마준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이기적이고 독한 이미지 때문에 막연히 오만한 구석이 있는 청년이려니 짐작했던 모양입니다. 그 뒤를 이은 KBS <오작교 형제들>이며 KBS <각시탈>에서 맡았던 역할도 속내는 따뜻할지언정 겉으로는 차갑기 그지없는 인물들이었잖아요. 그래서 귀여움과는 사뭇 거리가 먼, 오히려 말 한 마디 붙이기 어려운 쌀쌀맞은 성품인줄 알았던 거예요. 그러나 ‘1박 2일’에서 보여준 면면들로 어느새 ‘국민 남동생’, ‘아이돌 연기자’로 불리게 됐죠.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맏형 김승우 씨의 품 안에서 새근새근 잠든 주원 씨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는 순간 그야말로 무장해제 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저 같은 시청자, 아마 꽤 많지 싶어요. 게다가 주원 씨는 드라마 속 키스신 하나하나마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한다는, 그래서 연기를 하는 찰나만큼은 진짜 사랑에 빠지곤 한다는, 아직도 열 번 넘게 읽은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순수한 사랑을 꿈꾼다구요. 어릴 때 지키고 싶었던 사랑의 숭고함이 세월이 흐르는 사이 자꾸 변질되는 것이, 계산을 하게 된 자신이 너무 속상하다며 급기야 눈물까지 보이고 말았죠. 이미 세상 때가 너무 많이 묻어버린 이 아줌마로서는 당혹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저는 퍼질러 주저앉아 몇 날 며칠 통곡을 해도 시원치 않을 일이니까요. 87년생이니 한 달 반만 지나면 스물일곱인데 어떻게 아직까지 이런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을까요. <H3>당신은 이미 사람 냄새 나는 배우입니다</H3>열심히 하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는 주원 씨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주원 씨는 대학 입학 후 어린 나이에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라는 작품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단순히 운이 좋아서 배역을 따낸 건 아니었어요. 처음엔 주인공을 대신할 언더스터디로 캐스팅되었으나 쉼 없는 노력과 성실성으로 결국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면서요. 어쩌면 끝까지 단 한 차례도 무대에 오르지 못할 처지였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철저한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모처럼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겁니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때도 첫 촬영부터 가장 먼저 도착해 내내 현장을 지키며 낯선 제작 환경에 적응하려고 애를 썼는가하면 <오작교 형제들>로 배역의 비중이 좀 더 커지고 난 후에는 책임감을 느끼고 솔선수범해서 분위기를 주도하려고 노력했다고요. 열심히 한다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는 주원 씨의 말,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사람 냄새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이미 충분히 사람냄새 나는 배우라고 생각돼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한 젊은 청년을 통해 이렇게 많은 걸 배우고 깨닫기도 쉽지 않을 거예요. 착하고 올곧은 청년 주원 씨의 매력을 알려준 <승승장구> 제작진에게 새삼 고맙다는 인사를 올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