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으로 대통령 되겠단 '안철수' 한단 말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법정 선거 비용의 절반만으로 이번 대선을 치를 것을 국민들께 약속드립니다."안 후보가 지난 11일 서울 공평동 캠프에서 '반값 선거 비용' 공약을 내놨다. 정책약속집 '안철수의 약속'을 소개하는 자리라 누구도 이런 파격적인 안이 나올지는 몰랐다. 순간 현장에 있던 70여명의 시민 정책제안자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안 후보는 상기된 표정으로 "문재인, 박근혜 후보도 반값 선거 비용으로 대선을 치를 것을 국민 앞에 함께 약속하자"며 "법을 개정하는 등 특별한 조치를 할 필요 없이 두 분이 결단만 하면 (반값 선거 비용으로 인해) 이번 대선이 가장 큰 정치 혁신의 과정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이에 대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은 공식적으로는 "취지와 뜻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동의했지만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 김기식 미래캠프 지원단장은 "법정 선거 비용의 3분의 2는 공보 자료, 신문·TV 광고 등에 투입된다"며 "그걸 절반으로 줄이면 후보와 정책을 제대로 알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경협 의원은 "법정 선거 비용을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라 수천억원씩 쓰는 불법 선거 자금부터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박 후보 측 안형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안 후보가 그 말을 할 자격이 없다"며 "후보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절반인데, 마치 후보가 된 것처럼 그 돈을 쓰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권영세 종합상황실장도 "후보가 될 확률이 50%라서 반값이냐"며 비꼬았다. 안 후보는 지난달 23일 인하대 초청 강연에서도 '국회의원 정수(定數) 축소' '정당 국고 보조금 삭감' '중앙당 폐지' 등 세 가지의 정치 개혁안을 내놓으며 기존 정당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진보 진영에서도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당시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의를 폭넓게 대변하고 정치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정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며 "공익을 추구하는 정치에 효율이라는 잣대만을 들이대는 것은 저비용·고효율만 강조하는 전경련이나 할 법한 주장"이라며 안 후보를 정면 비판했다. 이렇게 안 후보의 최고경영자(CEO)식 정치를 놓고 여기저기서 우려가 나오지만 정작 안 후보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안 후보는 "저의 정치 개혁·기득권 포기 방안에 대해 기성 정치권은 비현실적인 생각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 분들이 그렇게(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개혁적인 것임을 현장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선의(善意)가 가장 강력한 힘이 된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공언했다. 건설적인 비판들을 악의(惡意)로 단순화 해버리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오종탁 기자 ta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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