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 세계로 뛴다]印尼지점 100개 그물망..동남아는 '우리'가 먼저요

씨티은행 한국진출 사례 롤 모델..미래 위한 신흥시장 진출에 주력

[자카르타(인도네시아)ㆍ호치민(베트남)=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 지난 6월5일 인도네시아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을 이륙한 한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이 항공기에는 인도네시아 최대 민간 에너지 회사인 메드코그룹 힐미 회장이 탑승하고 있었다. 입국수속을 마친 힐미 회장은 곧바로 김포국제공항으로 이동,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힐미 회장 일행은 인도네시아우리은행(PT BANK WOORI INDONESIA) 현지 법인장의 안내로 제주도 CS호텔로 향했다. 이순우 행장 등 우리금융지주그룹 최고경영진이 힐미 회장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 100개의 지점을 보유한 사우다라은행 지분 인수를 위해 극비리에 제주도에서 이렇게 만났다.◆미국 씨티그룹의 한국 진출 사례가 롤 모델 = 우리금융그룹은 메드코그룹과 제주에서 사우다라은행 지분 33%를 인수하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 및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인가가 최종 완료되면 우리은행은 사우다라은행의 2대 주주에 올라서게 된다.우리금융그룹은 양측 금융당국의 최종 인가가 나면 오는 2013년 말까지 인도네시아우리은행과 사우다라은행을 합병할 방침이다.합병 비율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경영권은 우리금융(우리은행)이 가지기로 잠정 합의된 상태.합병에 성공하면 우리사우다라은행(가칭)은 인도네시아 은행 규모 30위권로 껑충 뛰게 된다.
지난 92년6월 설립된 인도네시아우리은행은 현재 자카르타 본점을 포함 지점 4개(찌까랑, 땅그랑, 찌부부르, 끄라까따우 지역)를 운영하고 있다. 자산규모는 5억8600만달러. 자산규모로 인도네시아 120개 은행중 60위권이다.
사우다라은행의 총 자산은 5억5900만달러(2011년 말 기준)로 우리인도네시아은행과 같이 현재 60위권 규모다.
최상학 법인장은 "우리사우다라은행이 공식 출범하게 되면 30위권으로 급성장하게 된다"며 "무엇보다 인도네시아 현지에 100개의 지점을 확보하기 때문에 현지 소매금융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금융 노하우와 함께 소매금융 네트워크를 확보하게 된다는 것.지난 2004년 미국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합병한 후 한국시장에서 소매금융을 본격 시작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번 빅 딜을 추진했다고 그는 설명했다.최근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원(OJK : Otoritas Jasa Keuangan)이 발표한 외국계 금융회사 인도네시아 은행 지분 40% 상한선에 대해 최 법인장은 "현지 법인대 법인간 합병으로 걸림돌이 안된다"고 했다.지분 33% 인수에 대해선 "상장회사라 33% 이상 인수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 등의 문제가 발생해 33%만 인수하게 된 것"이라고 최 법인장은 설명했다.◆글로벌 은행으로 재탄생하는 우리은행 = 우리은행의 현재 15개국에 모두 57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진출국은 외환은행(22개국) 다음이지만 해외 거점은 국내 은행 최고다.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은 물론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바레인, 방글라데시, 두바이, 영국, 러시아, 미국 등 전세계 곳곳에 진출해 있다.최근 우리은행의 해외진출의 가장 큰 특징은 신흥시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브릭스(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다.중국은 이미 15개의 현지영업망을 구축했고, 러시아 모스크바에 이어 쌍트페테르부르크에 영업점을 냈다. 인도 역시 신흥 공업지역인 첸나이에 거점을 뒀고, 남미대륙 진출의 교두보인 브라질 사무소는 이미 법인으로 전환돼 현재 영업중이다.일부 국가에선 지점을 법인으로 승격시키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리틀 차이나(Little China)로 불리는 베트남의 경우 지점을 법인으로 승격시키기 위해 컨설팅 작업에 착수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베트남 경제가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우리은행 베트남 호치민 최철우 지점장은 "하노이 지점과 호치민 지점을 묶어 법인화 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세계 경제 침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법인화 작업 배경을 설명했다.우리은행은 미얀마도 주목하고 있다. 미얀마는 베트남과 함께 향후 인도차이나반도 경제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두 마리 용'이다. 우리은행은 특히 미얀마가 중국과 인도차이나반도, 인디아로 이어지는 길목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은행이 미얀마 현지에 사무소를 신청한 이유도 이때문이다. 인도차이나반도(베트남ㆍ미얀마), 인도네시아, 인도로 이어지는 이 지역의 세계 공장화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있는 것이다.우리은행이 브릭스 국가와 함께 동남아시아지역에 정성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ascho@조영신 기자 asc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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