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물리는 각종 과징금의 내년도 징수 목표를 올해보다 50% 늘려 잡았다. 일견 시장의 불공정 거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정위가 대기업을 제재할 때마다 따라 붙었던 '솜방망이 처벌'이란 평판을 떠올리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공정위의 '과징금 폭탄' 예고와 함께 경찰청도 교통위반 등에 1조원 가까운 과태료ㆍ범칙금을 물리겠다며 칼을 빼 들었다. 법무부 역시 내년도 각종 벌금의 수입규모를 올해보다 340억원 늘려 잡았다. 정부의 2013년 일반회계 세외수입 중 이들 공정위, 법무부, 경찰청 등 '빅 3'의 벌금ㆍ몰수금ㆍ과태료 수입액은 3조6601억원에 달한다. 올해 예산 3조2665억원보다 12% 늘어난 규모다. 최근의 벌금류 수납률이나 경기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높은 징수 목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내년도 증가율은 올해(2.2% 증액)에 비해 6배가량 높은 것이다. 법무부의 예산 대비 과금ㆍ과태료 수납률은 올 들어 7월 말 현재 39.4%으로 매우 부진하다. 연간으로 67%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국회 정책예산처는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할 때 각종 벌금의 내년 세입예산을 늘리기보다 오히려 1500억원 줄여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왜 공정위, 경찰청 등은 현실을 외면한 채 무리한 징수 목표를 세웠을까. 어두운 세입 전망이 유력한 뒷배경이다. 균형 재정을 내세웠지만 불황으로 세금징수가 여의치 않아 보이자 정부가 엉뚱하게 벌금 쪽 수입을 과잉 계상해 놓은 혐의가 짙다. 과징금을 올해 4035억원에서 내년엔 6043억원으로 49.9% 더 물리겠다는 공정위가 좋은 표본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과징금을 너무 깎아 준다고 해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5년간에도 26개 담합사건에서 7878억원의 과징금을 책정했으나 실제는 2480억원을 물리는 데 그쳤다. 기업의 불공정 행위나 교통법규 위반을 단속하는 목적이 벌금을 거둬 나라 재정을 채우기 위한 것인가. '벌금 폭탄'을 앞세워 국민을 겁주는 것은 정책의 정도가 아니다. 효율적인 방법을 동원해 법 질서를 바로잡는 것, 그렇게 해서 벌금을 줄여가는 게 제대로 된 정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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