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준용 기자]조성하의 웃음소리는 호탕하면서도 푸근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두 손을 내밀며, 넉살 좋게 다가가는 여유와 따뜻함이 공존했다.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마음씨 좋은 동네 아저씨처럼 약 1시간가량의 인터뷰에서는 10년 간 연기를 해온 배우의 성실한 나이테를 감지할 수 있었다.조성하는 10월 25일 개봉을 앞둔 ‘비정한 도시’에서 택시기사 돈일호 역을 맡았다. 그는 뺑소니 사고 이후 목격자 김대우(김석훈 분)로부터 갖은 협박을 받으며 결국엔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고 마는 비운의 캐릭터를 맡았다.“사실 이번 작품인 ‘비정한 도시’를 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어요. 제의를 받았을 당시에도 드라마 ‘로맨스 타운’과 ‘화차’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비정한 도시’ 김문흠 감독에게 러브콜을 받았고, 끝내 ‘로맨스 타운’ 쫑파티 현장까지 오셨더라고요. 쫑파티가 끝날 때까지 나를 기다려줬는데 직접 얼굴 보고 말씀이라도 들어보자는 마음으로 감독에게 갔더니 표정이 출연 안해 주면 울 것 같더라고요. 감독님이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내 스케줄을 맞춰주겠다고 해서 ‘그래 한 번 해보자’라고 마음먹고 출연하게 됐죠. 시나리오를 보니 지금껏 봐온 대본들과 다른 느낌이 있었어요. 이 내용이 어떻게 전달이 될까 궁금했죠. 감독님의 열정과 시나리오만 보고 출연한 셈이죠. 하하.”그는 ‘꽃중년’의 선두 주자로 불리며 탁월한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무한 신뢰를 얻고 있는 충무로 연기파 배우로 평가 받는다. 조성하가 대중에게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린 것은 드라마 ‘황진이’ ‘대왕세종’ ‘성균관스캔들’ 등을 통해서다.특히 20~30대 여성 시청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었던 '성균관 스캔들'에서는 중후하고 편안하며 안정감을 주는 목소리로 정조 역을 연기하며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조성하는 MBC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에서 극중 대서양그룹 회장의 둘째아들 영준 역으로 출연, 재벌 2세의 갈등과 중년의 로맨스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며 여성층에게 뜨거운 지지를 얻는다. 올해 들어서도 ‘5백만불의 사나이’ ‘화차’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때로는 나이를 예측할 수 없는 댄디한 모습으로, 때로는 남성미가 물신 풍기는 터프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사실 어려서부터 잘생겼단 말은 듣지 못했어요. 제가 생각해도 내 외모는 그냥 다른 사람이 나를 볼 때 보기 싫은 정도인 것 같아요. 근데 어느덧 중년이 되고 저에 대한 수식어에 ‘꽃’이란 단어가 앞에 붙기 시작하더라고요. 재작년까진 그냥 감사하다고만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에서야 느끼는 거지만 단순히 감사한 일만은 아닌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꽃 중년’이란 타이틀 지겹지 않느냐?‘라고 저에게 질문하지만 전 생각이 다릅니다. 저에게 있어 ’꽃 중년‘이란 타이틀은 가치로 환산하지 못할 엄청난 것이기 때문에 값지게 잘 활용해야 할 것 같아요. 다시한번 저에게 ’꽃 중년‘이란 타이틀을 붙여주신 분들 감사하고 싶네요. 하하.”‘비정한 도시’ 김문흠 감독은 조성하를 캐스팅할 때 “출연하는 부분이 롱테이크(long take : 하나의 숏을 길게 촬영하는 기법)로 10분 이상을 촬영할 것이며 그 속에 선배님의 호흡 하나 하나를 담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승낙했다. 마지막 사고 장면과 택시 안에서의 장면이 굉장한 롱테이크 부분인데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정말로 흡입력 있게 나와서 대단히 만족스럽다”고 언론 시사회서 밝힌 바 있다.
“배우가 스태프를 위한다면 대사 암기를 철저히 준비해서 한 번에 오케이 나면 현장 분위기가 매우 좋아지더라고요.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죠. 대사가 상당히 많더라고요. 특히 제가 극중에서 학생을 택시로 치고 혼란스러워 하는 장면은 A4용지 3장 정도를 암기했죠. 당시 스케줄도 바빴고 한 번에 가자는 마음으로 찍었는데 처음에 총 12분 가량을 제가 혼자 연기했더라고요. 감독이 내 연기를 보고 정말 좋아했죠. 그러더니 내게 이 연기를 ‘8분가량으로 줄여줄 수 있냐’고 물어 다시 찍었는데 8분 10초가 나오더라고요. 감독은 대만족을 했고, 이번 촬영 장면을 편집 없이 내보내겠다고 했죠. 다 촬영하고 난 뒤 화면을 통해 그 장면을 보니깐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원래 내가 눈물을 흘리지 않는 스타일인데 그 신은 정말, 정말 안타까웠고 어쩔 수 없는 무력함에 그냥 눈물이나더라고요. 무력함이 뭔지를 느껴본 분이라면 공감할 것으로 생각해요.”조성하는 이번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했다가 자신을 향한 달라진 위상을 느꼈다고 말했다. 국내 팬 뿐아니라 현해탄을 건너 일본 팬들이 자신을 이름을 한국말로 연호하는 것을 보며 더 큰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 “일본 팬들이 열렬히 환호해주는 것을 보고 이젠 단순히 대학로 연극배우 조성하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죠. 대학로에서 영화로 데뷔하면서 ‘이젠 나는 주인공이라는 꿈은 버리자’라고 다짐했어요. 영화나 방송에서 아무나 주인공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근데 임펙트 있는 조연으로 한 작품, 두 작품 찍다보니 팬들의 사랑이 커지는 것을 느꼈어요. 이젠 주조연을 넘어서 점점 더 큰 역할을 해보고 싶단 욕심도 나고요. 일본 팬들을 보면서 ‘한류 아이돌과 다른 나만의 매력을 어떻게 어필할까?’도 요즘 들어 제 숙제입니다. 하하.”최준용 기자 cjy@사진=송재원 기자 sunny@<ⓒ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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