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지난해 5월 수원시 시설관리공단 여자축구단(수원FMC) 숙소를 찾았다. 시 외곽에 위치한 허름한 빌라. 식당은 낡은 군 막사 같았고, 연습구장은 흙바닥이었다. 전년도 WK리그 우승팀이란 타이틀이 무색했다.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선수들은 조명도 켤 수 없었다. 야간 훈련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열악한 환경에도 선수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열심히 뛰면 희망이 있을 거라 믿었다. 배경에는 염태영 수원 시장의 약속이 있었다.염 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수단을 찾아 각종 지원을 약속했다. 연습구장 인조잔디는 물론, 선수단 규모 확대, 숙소 리모델링, 연봉 인상 등을 내놓았다. 염 시장을 뽑기 위해 몇몇 선수들은 주소지를 수원으로 옮겼다.당선 직후 염 시장은 선수단을 다시 찾았다. 그는 인상된 연봉이나 인조잔디 대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건넸다. 그 뒤 2년 동안 방문은 없었다. 그리고 지난 22일, 공문 하나가 선수단 사무실에 날아들었다. '여자 축구단을 해단합니다.' 명분은 크게 세 가지. 2008년 창단 이래 각종 대회에서의 저조한 성적, 늘어가는 예산, 중·고 여자축구부가 없는 수원시와 낮은 연계성이다.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우선 염 시장의 이전 발언과 상충한다. 불과 2년 전 그는 수원 피스퀸컵 국제 대회를 앞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원FMC는 2010 WK리그 우승 등 짧은 시간 눈부시게 발전했다. 수원시는 명실상부 남녀 축구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으며…(중략) 수원FMC가 여자 축구 저변 확대에 기여할 것이다."갑작스런 태도 변화의 이유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수원시는 현재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에 열을 올린다. KT와 연고 계약을 체결했고, 290억 예산을 들여 야구장 개보수에 나선다. 수원시 내 야구부가 부족하다며 최근 고교 팀을 하나 더 창단했고, 여자야구단도 만들 예정이다. 수원FMC 연간 운영 금액은 고작 10억 원 안팎이다. 해단 소식이 전해지기 얼마 전, 수원FMC 훈련장엔 베이스와 마운드가 박혔다. 중학교 야구부가 훈련을 시작했고 밤엔 조명탑 불이 켜졌다. 수원FMC 선수들은 처음 보는 밝은 빛. 짓밟힌 꿈을 한탄하는 얼굴에선 눈물이 흘러내렸다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전성호 기자 spree8@ⓒ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