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절차·판결내용조차 파악 못하는 '지도자 후보'

박근혜, 과거사 관련 잇단 '사법 몰이해' 발언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역사적 사안과 관련해 사법 절차 내지는 법원의 판결 내용조차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로 잇따라 입장표명을 하자 대통령 후보로서 그의 최소한의 자질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박 후보는 21일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한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최필립 이사장 등 이사진의 교체나 확실한 개선방안의 필요성보다는 정수장학회 설립의 정당성과 사회적 공로를 항변하는 데 더 공을 들였다. 박 후보는 특히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故) 김지태씨 유족이 재단 반환청구소송에서 패소한 것과 관련해 "법원에서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해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놓았다"고 밝혔다.박 후보의 이런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1심 법원은 지난 2월 "과거 군사정부에 의해 자행된 강압적인 위법행위로 주식이 증여됐으므로 국가는 김지태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박 후보는 이 부분과 관련해 법원의 실제 판단에 배치되는 설명을 한 셈이다.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난 건 공소시효 때문이다. 사건은 현재 항소심에 계류중이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 직후 이런 오류를 측근들로부터 지적받자 "강압이 없었다는 내용은 잘못 말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박 후보는 지난 9월 인혁당 사건을 두고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고 말해 거센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사건 당시 법원의 판결과, 이 판결이 잘못이라고 인정한 2007년 재심 판결을 동일시한 발언이었다.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후보의 이번 기자회견 내용을 "선거의 여왕의 지나친 자신감의 발로"라며 "오만하다"고 혹평했다.임 교수는 또 "최근의 상승세에 힘입어 기득권을 지키는 식으로 기조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취해 국민 상식에 어긋나는 발언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박 후보의 입장발표로 국민들의 당연하고도 소박한 요구는 참담하게 왜곡되고 무시됐으며 박 후보가 진정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로 가는 지도자의 자질이 없음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김지태씨가 장학회 주식을 강압에 의해 넘겼다는 점을 사법부는 적시했는데 이를 부인하는 것은 대통령 후보로서 중대한 인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안 하느니만 못 한 기자회견이었다'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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