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수기자
셀트리온의 세계 첫 항체바이오시밀러 램시마
◆빠른 셀트리온, 느린 삼성 그리고 베링거인겔하임셀트리온은 현재 리툭산 임상1상을 (유럽기준에 맞춰)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1상을 끝낸 삼성과 테바보다 뒤졌지만, 그들이 3상 전 단계로 미끄러졌기 때문에 격차를 줄이는 반사이익을 얻은 셈입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닙니다. 셀트리온 역시 리툭산 3상은 미국 기준을 적용해 수행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개발을 마친 램시마도 미국 진출을 하려면 혹은 경쟁품에 뒤지지 않으려면 미국 기준의 3상을 새로 시작하는 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독일의 베링거인겔하임도 리툭산을 개발 중인데 그들은 지난 9월 미국과 유럽 기준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3상에 진입한다고 최근 선언했습니다. 때문에 최소한 리툭산 경쟁에 있어선 베링거가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베링거의 임상시험은 2015년 4월 종료될 예정입니다. 베링거보다는 늦지만 여전히 저력 있는 굴지의 제약사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스위스 노바티스, 미국 머크, 미국 화이자 같은 회사들도 바이오시밀러 사업 진출을 선언했고 시장은 점점 레드오션이 돼가고 있습니다. ◆삼성의 역할은 여기까지?1년 정도를 허비하게 된 삼성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까요. 조만간 3상을 다시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겠지만, 그 주인공은 삼성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삼성은 다국적제약사와의 협력관계 수립을 모색하고 있는데, 얼마 전 상대 회사 측이 삼성의 생산시설을 실사했다고 합니다. 즉 삼성은 엔브렐의 후반부 개발 및 판매권을 미국 머크에 넘긴 한화케미칼의 사례를 따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상대편이 미국 기준을 위해 현재 임상시험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 회사가 어디인가는 삼성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될 것입니다.정리하면 삼성의 임상시험 중단은 일종의 숨고르기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실패나 철수라는 말을 쓰는 것은 현재로선 부적절해 보입니다. 이번 사건은 전혀 새로운 시장으로서 바이오시밀러가 얼마나 까다롭고 변수가 많은 분야인지 알려주는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은 삼성, 한화, LG 등 대기업들과 수많은 제약사들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서 바이오시밀러에 사운을 걸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성공여부에 따라 한국 BT산업의 미래가 걸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중대한 시장의 변화에 대해 언론이나 투자자 등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시장에 대한 과도한 평가나 억측 등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삼성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큰돈을 투자하겠다는 '장밋빛 전망'만 사회에 '툭' 던져놓고, 이후 일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임상시험이 중단된 것은 고사하고, 심지어 임상3상을 시작했다는 것조차 이번에 처음 알려진 사실입니다. 시시콜콜 보도자료로 '주가 관리하시는' 3류 회사들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정보공개는 필요해 보입니다. 개발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시장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베링거인겔하임, 임상 중단 사실과 향후 계획을 공표한 테바와 론자 사례를 삼성도 참고해야 할 것입니다. 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