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합의문 이행 조건”으로 20일자 사퇴서 썼다

지난 7월20일 임시이사회 앞서 오명 이사장 만나 8개항 합의…‘자진사퇴’ 카드는 오 이사장 압박용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내년 3월에 물러날 뜻을 밝혔다. 임시이사회를 일주일 앞둔 시점이다. 서 총장이 ‘자진사퇴 발표’를 꺼내든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사회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게 카이스트 안팎의 해석이다.오명 이사장이 서 총장과 합의한 내용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반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의미다.오명 이사장과 서 총장은 지난 7월20일 임시이사회에 앞서 이성희 변호사가 함께한 3자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만들어 진 ‘합의문’의 이행 여부와 이사회에서의 합의 내용 공개를 놓고 오 이사장과 서 총장 사이에 두 달 가까이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합의문은 ▲총장의 지난 6년간 총장의 업적을 계승발전하기로 함 ▲교수들의 특허명의 도용사건과 명예훼손 사건에 함께 적극 협조하기로 함 ▲학교 내에서 흑색선전과 비방 등을 없애는데 최선을 다하기로 함 ▲이사장과 총장이 힘을 합하여 카이스트의 선진적인 전통과 문화를 정립하고 교수사회의 무사안일을 개혁하기로 함 ▲함께 협력하여 후임총장을 인선하기로 하되 총장의 퇴임건은 총장의 자율에 맡기기로 함 ▲이사장은 총장의 명예로운 퇴진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함 ▲총장은 향후 3개월 후에 사임을 하기로 하되 총장의 자율적인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기로 함 ▲본 합의문 내용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함의 8개항이다.합의 내용에 대해 이 변호사는 “서 총장은 카이스트 발전을 위한 자신의 기존의 모든 요구사항을 전격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취지의 이사장 태도에 4년 임기를 고집하지 않고 자율적인 거취 결정을 하겠다고 양보해 '조건부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서 총장은 합의문 이행을 조건으로 오 이사장에게 합의서와는 별도로 10월20일자 사임서를 작성해 오 이사장에게 넘겨줬다.오 이사장은 임시이사회 당시 합의문에 기초해 총장 계약해지(안)을 철회했다. 임시이사회 뒤에는 “서 총장이 3달 뒤 물러날 것”이라고 합의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7월26일 3명이 다시 만나 이사장이 합의내용을 왜곡 발표한 것에 대해 총장과 이 변호사가 항의를 했다. 이 변호사는 “7개 가량을 선 이행하는 조건에서 자율적 거취결정을 하기로 했고 합의내용은 비공개하기로 했으며 특히 총장의 거취문제와 관련해서 비공개하기로 했다”는 이유에서다.이 날 오 이사장은 서 총장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자신이 “자진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그 뒤 9월5일 다시 3명이 만났다. 이 변호사가 합의내용에 대한 이행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우편을 발송, 총장은 합의내용을 이사회에 공개하기로 했다.이어 9월17일에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합의문 일부가 공개됐다. 이사회는 이행내용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오 이사장은 내용증명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이사회에서 주장해 다시 이 변호사의 항의가 이어졌다.그 달 27일에는 이 변호사가 오 이사장에게 “이사회에서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사과 및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 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서 총장은 17일 긴급 기자회견 자리에서 오 이사장을 압박했다.서 총장은 “지난 7월 20일 임시이사회에 앞서 오명 이사장과 7가지 합의문을 만들었다”며 “카이스트의 지속적인 개혁과 후임총장 공동인선 등의 내용을 합의했으나 아직까지 이행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지난 3개월 간 합의한 사항에 대해 공개하고, 합의 내용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으나 어느 것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오는 25일 열릴 임시이사회가 서 총장의 ‘내년 3월 사퇴’ 카드를 어떻게 받아들일 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이영철 기자 panpanyz@<ⓒ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이영철 기자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