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단백질 분해 조절 규명…신개념 항암제 개발 가능성 열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국내 연구진이 단백질 분해 작용을 막아 암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작동경로를 규명했다. 암 진단과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EZH2(이지에이치 투)라는 메틸기(-CH3)를 붙이는 기능을 하는 효소가 RORα(알오알 알파) 단백질에 메틸기를 붙이면 분해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는 단백질 메틸화가 신호가 돼 분해를 촉진한다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밝혀낸 것이다. EZH2가 RORα단백질에 메틸기를 붙이면 이를 DCAF1(디카프 원)이라는 단백질이 인지해서 유비퀴틴화 시키면서 단백질을 분해하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DCAF1'이 특이적으로 메틸화와 연결된 단백질 분해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한 것이다. 유비퀴틴화(ubiquitination)는 7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유비퀴틴)이 특정 단백질과 결합해 그 단백질의 분해를 촉진하는 현상을 말한다. EZH2 효소는 유방암과 대장암에서 암 진행을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 이 과정에서 암 억제 기능을 가진 RORα 단백질을 직접 메틸화시키고 분해되게 만들어 제거함으로써 암 진행을 더 효과적으로 촉진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환자의 정상 유방조직과 암 조직에서 EZH2 효소와 RORα 단백질의 발현양을 비교해 인간의 암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임을 확인했다. 유방암 조직에서는 EZH2 단백질은 많고 RORα 단백질은 분해돼 양이 현저히 적었다. 연구를 주도한 백성희 교수는 "암을 억제하는 기능을 가진 RORα가 EZH2 효소에 의해 메틸화되고 분해되면 암이 활발히 진행된다는 사실을 인간의 유방암에서 규명함으로써 암 진단의 새로운 단서를 제공하고 치료제 개발에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암 억제 단백질이 분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면 신개념 항암제 개발의 기반연구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 백 교수(42세), 이지민 박사, 이세웅 박사, 김현경 박사과정생이 주도하고 김경규 교수(성균관대), 김근일 교수(숙명여대), 노동영 교수(서울의대), 윤종복 교수(연세대), 서상범 교수(중앙대), 정진하 교수(서울대)가 참여했다. 세계 최고 권위 과학 전문지인 셀(Cell)의 자매지 'Molecular Cell'지에 온라인 속보(10월 12일자)로 게재됐다.정종오 기자 ikoki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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