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명절은 매년 오는 거지만 기회는 한 번 뿐이죠. 그러니까 추석이든 뭐든 느낄 여유가 없는 거에요"추석연휴를 맞이했지만 오히려 초조한 이들이 있다. 바로 오는 11월8일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이다. 노량진 입시학원에서 만난 그들의 표정에선 연휴를 맞이한 느긋함은 발견할 수 없었다. 한 입시학원에서 만난 황준현(가명·22男)씨는 자신을 N수생(수학능력시험에 2회 이상의 횟수로 응시하는 수험생)이라고 소개했다. 연세대학교 입학이 목표라는 그는 올해가 4번째인 대입 수능시험을 앞두고 조금은 초조한 기분이라고 털어놨다.황씨는 "재수생 때만해도 명절에 놀 거 다 놀고 남들 쉴 때는 나도 쉬었다"면서 "하지만 실패를 반복하고 보니 그 다음부터는 단 하루도 되는대로 보낼 수가 없게 됐다. 특히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절실함도 늘었다"고 말했다.서울 서대문구가 집인 그는 이번 입시를 위해 노량진에 원룸 하나를 얻어 놓고 때 아닌 자취 생활을 할 정도로 각오가 남달랐다. 하루의 대부분을 학원에서 보내는 것은 물론 추석연휴 기간 역시 다음달 3일까지 이어지는 특강을 들으며 보낼 계획이다.그는 "부모님께서도 다 이해하신다"면서 "나뿐만 아니라 이 동네 학원가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당장의 연휴보다는 수능이 더욱 바짝 다가왔다는 것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실제로 학원 내부의 강의실과 자습실에는 진지한 표정의 수험생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고 점심시간이 되자 잠깐의 휴식을 취하려 쏟아져 나온 학생들로 사방이 분주했다.그곳에서 만난 또 다른 수험생 이승민(가명·20男)씨는 "집이 일산인데 인터넷 강의만으로는 부족한 거 같아서 노량진에 오게 됐다. 지금은 친척집에 머무르면서 학원에 다닌다"며 "고3때는 불안했지만 지금은 담담한 편이다"라고 말했다.성균관대학교 입학이 꿈인 그는 주변의 학습 분위기에 대해 "한 번 이상의 실패를 겪어본 학생들이 많아서인지 학원 내에서의 경쟁도 치열하다"면서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특강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새벽부터 와서 줄 서 기다린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 자습실 풍경, 수험생의 문제집, 특강을 듣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줄 선 인파, 한 입시학원의 추석특강일정표(위로부터 시계방향)
박인애(가명·20女)씨와 최수연(가명·19女)씨도 각각 서울 강서구와 경기도 김포에서 학원까지 매일 오가며 막판 추석 특강을 활용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두 사람은 "수능 시험 전 부족한 거 보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니까 명절이라는 느낌이 아예 없다"며 "내년에 입시제도가 바뀐다고 해서 긴장감이 더욱 심해진 것 같다. 특히 우리와 같은 재수생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고 입을 모았다.유난히 앳된 인상의 수험생 황정민(가명·20男)씨는 "새삼스럽지만 공부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이제 디데이(D-Day)가 30대로 떨어지니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편 한 입시학원에서 수능 외국어영역 강의를 맡고 있는 이충권씨는 "오프라인 수강생 90% 이상이 추석 특강을 듣고 한 강의당 250명이 들을 수 있는 수업이 2시간 만에 모두 마감이 됐다"면서 "연휴를 즐길 수 없는 것은 아쉽겠지만 열심히 한 만큼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조언했다.장인서 기자 en1302@<ⓒ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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