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계속해서 모범적이지 않고 싶다”

<div class="blockquote">“숫자가 너무 많으니까 노래를 하고 싶은데요?” 말 그대로 금의환향, 수백 명의 취재진으로 가득 메워진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면서 싸이는 농담을 던졌다. 그가 짧은 미국 활동 기간 동안 NBC <투데이쇼> 생방송에서 뉴욕 록펠러 광장을 말춤의 도가니로 만들고 <엘렌 드제너러스쇼>에 출연해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말춤을 가르치는 사이 ‘강남 스타일’은 빌보드 싱글차트 11위에 랭크됐고 뮤직 비디오는 유튜브 조회수 2억 7천만 건을 돌파했다. 그래서 미국, 프랑스, 싱가폴 등 해외 매체의 취재진들에게 유창한 영어로 답하는 사이에도 종종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말을 일종의 감탄사처럼 내뱉곤 한 싸이는 “요즘 <트루먼쇼>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몰래 카메라’ 아닌가 싶기도 하다” 는 즐거운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말춤을 추며 퇴장한, ‘월드스타’ 라는 접두어가 어쩐지 민망해 직접 새 별명을 지어 왔다는 ‘국제가수’ 싸이와의 대화를 정리했다.
<H3>“머지않은 미래에 뉴욕이나 LA에서 공연은 할 예정”</H3>
미국 내 앨범 발매 일정이 궁금하다. 싸이: 새 싱글 혹은 새 싱글이 포함된 앨범, 둘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미국 쪽 관계자들은 11월 말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 사이에 음반 시장이 굉장히 크게 움직이니까 그 전까지 만들어 달라고 하는 상황인데 도저히 시간이 없다. 그래서 기존 곡들로 만드는 방법도 검토 중이고, 세계 시장 데뷔 앨범을 급조할 수는 없으니까 싱글이냐 앨범이냐도 협의 하고 있다. 두 번째 싱글은 영어로 만들게 될 것 같은데 사실 유통을 맡고 있는 유니버설 레코드 측에서는 고맙게도 내가 한국말로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 주면 좋겠다고 한다. 내 한국말 랩이 무슨 말인지는 못 알아듣겠지만 자기들이 느끼기에는 쫀득쫀득 맛있다고 한다. (웃음) 후속곡에 대한 부담도 클 것 같다. 싸이: ‘이 노래 하나 반짝 뜨고 마는 거 아니냐’는 걱정이 많던데, 그렇다 해도 영광인 것 같다. 사람이 태어나서 ‘최초’ 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영광된 일인데 살면서 ‘한국인 최초’, ‘아시안 최초’라는 말이 나에게 붙을 줄은 몰랐다. 이건 정말 내게 주어진 덤인 것 같다. 물론 사람이니까 욕심은 있지만 음악이라는 게 쥐어짠다고 나오는 건 아니니까 부담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오히려 한국에서 다음 곡을 낼 때가 정말 힘들 것 같다. ‘챔피언’ 이후 ‘강남 스타일’ 까지 10년 걸렸는데 외국에선 ‘강남 스타일’ 외에 보여드린 게 없다 보니 마음이 편한 상태다. 그래서 후속곡은 내 기존의 곡 중에 고를 수도, 새로운 곡이 될 수도, 혼자 부를 수도, 누구와 같이 부를 수도 있다. 미국인들이 듣기엔 익숙한 테마 때문인지 ‘챔피언’을 많이 선호하던데, 만약 그걸로 미국에 갈 거면 후렴구 가사(‘니가’)는 반드시 바꿔야겠지. (웃음)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공연을 열거라는 얘기도 있던데. 싸이: 해외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스쿠터 브라운과 어셔에게 내가 한인 클럽을 한 번 소개해 주는 차원에서 놀러 갔다가 분위기가 워낙 즐겁다 보니 스쿠터 브라운이 우발적으로 꺼낸 얘기다. 진짜냐고 물었을 땐 책임지겠다더니 다음 날 깼을 땐 기억 못 하더라. (웃음) 하지만 일단 꺼낸 얘기니까 가능하면 지키자며 급히 진행 중이고, 올해 안에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머지않은 미래에 뉴욕이나 LA에서 공연은 할 예정이다. ‘강남 스타일’이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다는 전제 하에 걸고 싶은 공약이 있다면. 싸이: 음악이 운동경기도 아니고, 예전부터 술자리 농담으로라도 빌보드 1위 상상 같은 걸 해본 적이 없다. 완전히 남의 나라 얘기라고 생각했고, “섹시 레이디”를 제외하면 전부 한국어 가사인 노래로 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인 것 같다. 그런데도 쉽사리 공약을 걸지 못하는 이유는 좀...사람이 간사하다. (웃음) 처음 64위 진입했을 땐 막 울고 술 먹고 정말 행복했는데 다음 주에 11위를 해 버리니까 좋으면서도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도 아니고 다음에 또 이런 날이 올지 모르는데 이번에 혹시...되나...되려나?’ 하는 마음이 있다. 어쨌든 Mnet <슈퍼스타 K 4>에서 (이)승철이 형이랑 반바지 입고 웃통 벗고 청계산 올라가기로 한 공약도 아직 못 지켰지만, 만약 빌보드 1위에 오른다면 장소가 어디든 최대한 많은 시민들이 관람할 수 있는 모처에 무대를 설치하고 상의를 탈의한 채 ‘강남 스타일’을 부르겠다. 시청 앞에서 웃통 벗고 말춤 추면 참 멋있을 것 같다. 부디 그 날이 오길. 전 세계적으로 ‘강남 스타일’이 그만큼 큰 성공을 거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싸이: 모르겠다. 처음엔 유튜브에 외국 영상 희한한 게 올라오면 친구끼리 ‘이거 웃긴다’며 돌려보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외국 음반 관계자들은 영화 <오스틴 파워>를 보는 것 같다면서 “뮤직 비디오에 나오는 그 작은 친구는 미니미 같다”고 하더라. (웃음) 음악 하는 사람, 가수가 웃겨서 성공했다는 게 좀 웃기지만 세계 어디서나 가장 좋아하는 감정은 웃음이니까. 그런데 내가 기존의 케이팝 가수들과 다른 장르를 개척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가 한국에서 ‘새’로 데뷔했을 때 대중들이 그랬듯 외국 사람들도 나를 희한하게 여기는 상황인 것 같다. 저 몸에 저 얼굴에 가수인데 춤도 이상하고 인터뷰도 웃기니까, 그동안 날씬한 한국 아이돌 그룹을 주로 봐온 현지 관계자들은 “케이팝 가수 한 팀을 다 합친 게 네 몸만 해”라고 하더라. (웃음) 어쨌든 나로 인해 다른 선후배들의 도전이 폄하되거나 비하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 결과가 어땠든 다른 가수들이 계속 외국 시장을 노크하고 도전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케이팝이 하나의 커다란 브랜드가 된 거고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는 거기 약간 얹혀 간 케이스라고 본다. <H3>“미국에서도 나랑 술 마시면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났다”</H3>
오늘 기자회견에서도 그렇고, 미국 방송에 처음 출연했을 때보다 영어 실력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 싸이: 영어는 평생 오늘이 제일 잘 하는 것 같다. 예전에 미국에서 버클리 음대에 다닐 때는 수업을 다 합쳐서 5회 미만으로 출석한 데다 한인 친구들이 워낙 많아서 요즘보다도 영어를 덜 했다. (웃음) 이번에 미국 나가기 전까지는 시간이 없으니까 내가 이미 본 영화들을 자막 지우고 많이 본 게 도움이 됐다. 사실 미국에서 가장 힘들었던 게, 항상 영어를 해야 한다는 거였다. 질문을 받으면 머릿속으로 번역해서 답을 생각하고 그걸 다시 영어로 번역해서 입으로 뱉어야 하는데 방송이니까 빨리 해야 하고, 남의 나라 가서 웃기고 싶은 마음도 있으니까 머리가 아픈데 또 칭찬해 주시는 댓글 보면 발음 같은 것도 더 신경 쓰게 되는 거다. <엘렌쇼>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말춤 가르쳐줄 때 “Dress Classy, Dance Cheesy”라고 한 말이 미국 내에서 크게 유행어가 됐다. 싸이: 미국 사람들을 만나면 듣는 말은 딱 두 개다. ‘강남 스타일’이 뭐냐, 말춤 가르쳐 달라. 매번 그걸 똑같이 설명하다가 이걸 어떻게 지루하지 않게 표현할까 생각하던 중 어느 인터뷰에서 나더러 옷을 ‘Classy’하게 입는다고 하더라. 갖춰 입는다, ‘빡정장’ 같은 거지. 그래서 반대말은 뭘까 하다가 ‘Cheesy’를 떠올렸던 거다. 우연이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티셔츠 문구로도 쓰이고 있다. (웃음) 어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세계적인 스타들과 술자리를 갖게 됐는데, 혹시 ‘이런 것까지 해 봤다’ 고 자랑할 만한 에피소드가 있나. 싸이: 스쿠터 브라운 말로는 내가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현지 스타를 보고 주눅 들거나 우러러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도 나를 부담스럽게 대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거니까 한국에 가서도 자랑하지 말라고 하더라. 사실 나도 신기했다. 그런데 내가 한국에서 음악 다음으로 잘 하는 게 음주니까 그들에게 한국의 주류 문화를 전파하고 싶다는 작은 욕심이 있었다. 폭탄주를 돌리는데 술에 술을 넣어 마시고, 잔을 돌리고, 휴지를 벽에 붙이고 하는 걸 보며 많은 해외 아티스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웃음) 미국은 파티 문화가 많은 나라니까 술을 이용한 퍼포먼스로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다. 일단 나랑 술 마시면 재미있다는 입소문은 났다고 한다. (웃음) 미국 외에 아시아 등 다른 지역에서의 활동 계획은? 싸이: 30개 넘는 나라에서 ‘강남 스타일’이 아이튠즈 1위에 올랐다고 들었는데, 정말 신기하다. 직접 찾아뵙고 한 번이라도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큰데 스쿠터 브라운 프로젝트는 미국에 집중하려 하고, 유통을 맡은 유니버설 리퍼블릭은 유럽 및 오세아니아에 다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 두 회사의 논의가 필요하다. 또 사실 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전에 한국에서 야무지게 잡아놓은 스케줄이 11월 31일까지 있다. 몇 개는 옮기고 몇 개는 양해를 구하고 해서 한 달에 2주씩만 외국에 나갈 예정인데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바쁜 국내 스케줄 중 대학 축제 공연이 많다. 원래 대학 축제에 각별한 애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엔 어떤 마음가짐인가.싸이: 사실 오늘 아침 귀국하며 조금 아까웠다. 워낙 좋은 쇼 출연 제안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보니 거기서 조금 더 방송을 했으면 좋았을 상황이다. 이번 주가 많이 중요한 시점이라, 혹시 내 스케줄을 다른 팀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문의하기도 했는데 절대 불가하다는 거다. 그런데 그 얘기를 들으니 누구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게 기분 좋기도 했다. 무엇보다 대학교 축제는 나에게 단순히 일거리가 아니다. 아침에도 아내가 나를 보고 너무 힘들어서 어쩌냐고 걱정하길래 “축제 갔다 오면 된다”고 했다. 그동안 얼마나 인기가 많아졌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미국에서는 신인 가수라 너무 한 곡씩만 부르고 왔더니 장타에도 목말라 있다. 이번에 걸리는 학교들은 아주 그냥.. 12년차 가수로 돌아온 설움을 풀겠다. (웃음) <H3>“싸이의 정신은 ‘Fun by music’ ”</H3>
‘강남 스타일’의 히트로 인한 예상 수익이 백억 원, 천억 원 대라는 소문도 있고 외교부에서 ‘독도 스타일’로 바꿔 홍보대사로 모시고 싶어 한다는 기사도 났다. 이에 대한 입장은? 싸이: 천억? 내 얘기가 아닌 것 같다. (웃음) 솔직히 말하면 나도 수입은 궁금하다. 우리 회사는 3개월 정산이니까 10월 말쯤 알 수 있을 텐데, 사람이기 때문에 기대도 크다. 매출이 컸던 건 사실이지만 제작비, 인건비, 모든 제반 경비를 다 제하고 나서 남는 걸 나와 회사가 나눠 갖는 게 수익이니까 차이가 있다. 그리고 ‘독도 스타일’에 대한 기사는 봤지만 회사에 직접 요청이 온 적은 없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만약 요청이 온다면 회사 차원에서 말씀드리는 게 맞을 것 같다.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이런 고마운 시간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건 한국 국민들이 날 여러 차례 용서해 준 덕분”이라는 말을 했다. 어떤 의미인가. 싸이: 너무나 잘 아시겠지만 데뷔 후 12년 동안 가수를 접을 뻔한 적도 있고 대중들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을 뻔한 적도 있다. 그런데 내가 한국에서 12년째 가수로서 무대에 선 상태였기 때문에 6집 앨범을 내고 ‘강남 스타일’을 발표한 덕분에 얻을 수 있던 이번 기회는 대중들의 용서, 용인으로부터 온 것 같다. 사실 요즘 미국에서 굉장히 행복하고 기쁘면서도 힘들었다. 비행기 너무 오래 타니까 힘들고, 호텔 방도 너무 외롭고, 집에 가고 싶고. 그럴 때마다 카니발의 ‘거위의 꿈’ 들으면서 위로 받기도 했고, 한국 포털 사이트 찾아가 보면 좋은 기사도 많은 데다 댓글도 내가 가수로 12년을 살면서 건강 걱정을 받아보긴 처음이다. (웃음) 그동안 사람들이 나에 대해 도덕적 기대치가 낮고 책임감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내 음악만 생각하고 나름 편한 삶을 살아왔는데 그런 반응을 보면 기쁘면서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들도 말춤을 따라할 만큼 크게 히트한 곡을 냈고, 앞으로는 ‘국제가수’로서의 도덕성이나 책무가 요구될 수도 있다. ‘딴따라’ 로서와 영향력 있는 가수 사이에서의 줄타기를 어떻게 하게 될까. 싸이: ‘모범’ 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굳이 옛날로 치면 내 직업은 ‘광대’ 같은 건데, 즐거움을 드리면 그 뿐이지 모범이어야 하나 싶었다. 그리고 청소년 교육은 교육자와 부모님이 해 주셔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살았고, 그만큼 아무도 나에게 모범이나 도덕을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앞에 자꾸 좋은 수식어가 붙고, 나도 우리 아이들이 있으니까 어린이들이 말춤 춘다는 걸 알고 있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는데 “아빠 인기 짱”이라고 하더라. (웃음) 어쨌든 항상 싸이와 박재상 사이의 고민이 있지만, 내가 노래 하나 조금 떴다고 갑자기 올바르게 사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그런 게 음악으로 전이될까 걱정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사실 나는 적정선에서 계속해서 모범적이지 않고 싶다. 앞으로 또 다른 꿈이 있다면. 싸이: 꿈이 뭐냐고 한다면, 사실 없다. 오늘 같은 날이 ‘꿈’이지 이 이상 어떻게 꿈을 꾸나. 여기서 멈춰도 한이 없을 정도로 기쁘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한국에서 온 말춤 추는 이상한 애’라는 것 이상으로, 한국 가수들이 콘서트를 진짜 잘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마이크 하나 쥐어주면 네 시간 동안 지지고 볶고 할 수 있다는 거, 한국 가수가 무대에서 진짜 잘 논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이 길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계속 응원해 주시고, 그 이어짐이 끊어지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시고, 또 다른 좋은 일로 한국인의 위상이 이어지길 바란다. 나는 앞으로도 나다운, 덜 모범적이고, 건강하되 건전하지 않은 음악을 계속 해 보겠다. 싸이의 정신은 ‘Fun by music’ 이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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