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한화그룹 경영이나 주요 의사결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김승연 한화그룹 회장(60)에게 실형과 법정구속이라는 강력한 법의 잣대가 적용됐다. 특히 법원은 김 회장이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범행사실에 대해서 김 회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에는 검찰이 제시한 한화그룹의 내부문건과 김 회장이 2007년 폭력사건으로 구치소에 있을 때 '옥중결재'를 해온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면회 접견부가 중요한 판단 자료로 작용했다. 16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서경환 부장판사)는 회사와 주주들에게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경제법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김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명령했다.재판부가 인정한 김 회장의 유죄 부분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에게 위장계열사인 한유통·웰롭을 부당하게 지원해 약 2883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끼쳤다는 점 ▲김 회장의 누나에게 계열사가 보유한 동일석유의 주식을 저가에 양도했다는 점 ▲차명계좌를 보유하고 주식거래를 하면서 15억원 상당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했다는 점이다.재판부는 "김 회장이 한화그룹의 지배주주로 서 본인 및 경영기획실의 영향력을 이용해 한화그룹 계열사들을 동원해 부실회사인 위장계열사 한유통·웰롭을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한 계열사들의 피해액은 약 2883억원으로 산정했다. 한유통·웰롭은 김 회장의 동생인 김호연 전 새누리당 의원이 1989년 설립한 한화유통(현 한화갤러리아) 관련 위장계열사로 한유통은 편의점사업, 웰롭은 물류사업을 하고 있다. 또 재판부는 김 회장이 누나인 김모씨에게 동일석유 주식을 저가로 넘기도록 계열사에 지시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회장은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동일석유 주식을 저가에 누나인 김씨에게 양도하도록 해 계열사들 합계 142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가 판단한 김 회장의 유죄 인정부분에는 조세포탈 혐의도 포함돼 있다. 김 회장이 한화그룹 계열사 등 주식을 차명으로 소유하고 주식거래에 따른 양도 차익에 대해 양도세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에 대해 검찰은 약 26억원의 양도세를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포탈세액 15억원 상당 부분만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재판부는 유죄 인정 사실에 대해 김 회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앞서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공모 혐의를 부인하고 전적으로 경영기획실 홍동옥 여천NCC 대표(당시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재무팀장)가 단독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검찰이 압수한 문서들에 따르면 한화그룹 본부조직에서는 김 회장을 CM이라고 부르면서 한화그룹 본부와 계열사 전체가 김 회장 개인을 정점으로 일사불란한 상명하복의 보고 및 지휘체계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이러한 환경에서 홍 대표가 김 회장 소유의 방대한 차명 재산을 보고도 없이 함부로 처리하고, 계열사에서 차출한 30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위장계열사의 부채처리를 단독으로 감행했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지난 2007년 폭력 사건에 연루돼 구치소에 수감 중에도 임원들에게 지시를 해온 사실도 공모여부 판단에 한몫 했다. 재판부는 "증거로 제출된 구치소 면회 접견부에 따르면 당시 면회 온 임원들을 상대로 주식을 잘 관리하라고 당부하고, 특별한 사항이 있으면 제때 보고해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화측은 법리를 다툴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항소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의 공동 정범 등에 대한 유죄 인정에 대해서는 법률적 다툼의 소지가 상당하다"며 "항소를 통해 적극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선호 기자 likemo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지선호 기자 likemor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