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배경과 전망 '추가인하 문제는 시기'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까닭은 지난달 금리인하에 따른 파급 효과에 좀 더 주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완화적인 정책 대응 시기를 늦추는 데 발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수출과 내수 부진, 韓 경제 성장세 둔화" =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 동결 이유에 대해 "수출과 내수의 부진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했다"고 설명했다.국내경제를 살펴보면 경상수지의 흑자가 유지되는 가운데 수출과 내수의 부진으로 성장세가 둔화했다. 국내 실물경기에 대한 침체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이나 다름없던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달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8.8% 감소한 446억 달러를 나타냈다. 수출 감소폭은 2009년10월(-8.5%) 이후 가장 컸다.한국은행이 내놓은 7월 제조업 업황 BSI는 71에 그쳐, 2009년 4월(6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나마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던 대기업 업황 BSI도 6월보다 18포인트나 떨어진 70을 기록해 2009년 3월(59) 이후 가장 낮았다.7월 소비자동향지수 조사 결과에서도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0으로 두 달째 하락했다.특히 앞으로 국내경제는 유로지역 리스크 증대, 주요 교역상대국 경제의 부진 등으로 국내총생산(GDP)갭이 상당기간 마이너스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대외 경기도 암울…주요국 금리동결 공조 = 금통위는 미국은 최근 소비심리 악화로 민간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회복세가 다소 둔화됐다고 평가했다.미국은 2분기 성장률이 1.5%로 내려앉았다. 6월 산업생산은 다소 증가했지만 소비심리는 두 달 연속 내리며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우리나라의 교역 1위 국가인 중국도 경제활성화 의지는 있으나, 대외여건 악화로 경기의 하방리스크가 증대됐다고 금통위 측은 분석했다. 중국은 경기 경착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은 6분기 연속 떨어지다 올해 2분기 3년 만에 8% 아래로 내려갔다.여기에 재정위기로 와해 위기에 놓인 유로존의 경우 5월 중 생산·소비·수출이 소폭 증가세로 돌아섰으나, 고용이 저조하고 각종 심리지표가 악화되는 등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을 보였다. 유럽연합(EU)은 재무장관 회의에서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했으나 스페인 10년물 국채금리는 7월 말 사상 최고치인 7.6%까지 치솟았다. 일본도 고용사정이 다소 개선되기는 했으나 생산, 수출 등이 감소하면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다는 게 금통위 지적이다.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대부분 8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통위가 독자적으로 금리를 내리기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추가 금리인하 기정사실…문제는 시기 = 한은의 이달 금리 동결은 지난달 금리인하에 따른 파급 효과에 좀 더 주력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특히 지난달 시장의 예상을 뒤집은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충격을 줬던 만큼 연속적인 금리인하가 의도한 바 이상의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여전히 올해 또 한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최근의 GDP갭의 마이너스 기조 형성 등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내 실물경제 지표 부진이 악화되고 있고 소비자물가상승률도 전년동기 대비 1%대로 떨어지면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7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7월보다 1.5% 올랐다. 이는 2000년 5월 1.1%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내려간 것은 2009년 7월(1.6%) 이후 처음이다.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3.1%에서 3월 2.6%로 낮아지고서4월과 5월에는 2.5%, 6월에는 2.2%로 떨어졌다.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저효과에 따라 7월 수준을 밑돌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이에 따라 9월이나 10월 중 추가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영국계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는 "한국의 단기 민간소비를 회복하려면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 부담을 완화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 중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추면 매달 가계의 부채상환 비용을 6000억원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조강욱 기자 jomaro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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