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죽어 있던 애나()의 시간이 깨어나는 이야기다. 영화는 아무 것도 욕망하지 않는 얼굴에 쉽사리 위로조차 할 수 없는 사연을 담아낸 탕웨이의 호연과 내일을 희망하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켜켜이 쌓인 시애틀의 두터운 안개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또 하나, 조성우가 피아노와 기타의 쓸쓸한 선율로 빚어낸 재즈와 보사노바 음악이 <만추>를 잊을 수 없는 영화로 만들었다. 우연히 들은 바이올린 소리가 너무 좋아 부모님을 졸랐던 여섯 살의 어린 조성우는 팝과 밴드 음악으로 중,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고 대학에서는 음악이 아닌 철학을 공부했다. 그는 1992년 허진호 감독의 단편 <고철을 위하여>를 시작으로 영화음악에 입문한 뒤 장편 데뷔였던 김성수 감독의 <런어웨이>부터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8월의 크리스마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봄날은 간다> 등 60여 편의 영화 음악을 담당하며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음악가로 살아왔다. 일곱 번째 제천영화음악상 수상자로 선정된 조성우는 제 2회부터 제 6회까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맡은 인연이 있는 만큼 그 누구보다 뜻 깊은 수상일 것이다. 이를 기념해 열리는 특별전에서는 스스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 밝힌 <봄날은 간다>를 비롯해 함춘호, 동물원, 시크릿 가든 등 수준 높은 세션들로 화제였던 <선물>, 그리고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가 상영된다. 낯설지만 매혹적인 이미지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멜랑콜리한 정서를 만드는데 조성우의 음악이 크게 기여했다. 이번 특별전은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처럼 떠오르는 음악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10 아시아 글. 김희주 기자 fifte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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