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북한이 최근 보여준 일련의 움직임에 대한 남측의 해석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군부 실세였던 리영호 총참모장의 숙청, 최고 지도자의 부인 리설주 공개 등 김정일 시대에선 볼 수 없었던 북한 내 사건을 두고 일각에서는 개혁ㆍ개방의 징조라는 해석까지 내놨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29일 대변인 대답을 통해 "우리 현실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면서 '정책변화의 조짐'이나 '개혁개방의 시도'니 하고 떠들어대고 있다"며 "우리에 대한 극도의 무지와 불순한 흉심을 드러낸 가소로운 망발"이라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북한의 대남선전기구로 남북간 주요 사안에 대해 북한 당국의 입장을 대변한다.이같은 발언은 최근 남한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등 북한 지도부의 움직임을 분석한 데 대한 반박으로 볼 수 있다. 최고 지도자로 오른 김정은이 연일 보여주는 '파격' 행보와 함께 이른 시일 안에 국가차원에서 새로운 경제조치를 시행할 것이란 루머까지 나돌면서 북한 전문가 일부는 개혁ㆍ개방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특히 김정일 시대 비대해진 군부의 힘을 빼고 내각에 경제정책 주도권을 쥐어주는 듯한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이같은 분석은 힘을 얻었다. 지난 4월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은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문제를 원만히 해결해야 한다"고 직접 공언하기도 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김정일이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명제 아래 국가를 지도했다면 김정은은 '권력은 쌀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대북정책을 총괄하는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최근 강연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감지됐다. 류 장관은 지난 26일 열린 강연에서 "최근 북한이 보여준 개방적이고 과거에 보지 못한 진취적인 모습은 북한이 올바르고 좋은 선택을 하는 징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추이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며칠 전 강연에서만 해도 "제비 한마리가 봄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표현했지만 이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비하 오면 봄이 온다"고 말하기도 했다.조평통은 "이전 시대와 결별하는 것처럼 떠드는 것이야말로 몰상식의 극치", "어느 한 분야도 개혁하지 않은 게 없으며 나라의 문을 닫아맨 적도 없다"며 남측의 이같은 '해석'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개혁ㆍ개방이 북한 최고 지도부 내에서 금기시된 만큼 외부에서 재단하는 걸 경계하는 모양새다.이상숙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체제에서 선군정치의 지속과 내각 중심의 경제 개혁ㆍ개방정책을 동시에 추진할 가능성은 있으나 그 과정에서 정(政)의 권한 강화와 군ㆍ정의 분리가 이뤄질 때 정책이 추진력을 가질 수 있다"며 "개혁 초기에 내각의 정치적 위상을 높여주고 권한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개혁ㆍ개방은 좌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최대열 기자 dy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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