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실격’ 박태환, FINA·심판이 울렸다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세계기록, 쑨양, 유럽 징크스. 박태환은 긴장했지만 ‘마린보이’답게 침착했다. 예상대로 여유롭게 레이스를 마쳤다. 그러나 심판은 레이스 전 미동을 문제로 삼았다. 가차 없이 실격을 선언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탈락이었다. 박태환은 28일(한국시간) 런던 아쿠아틱스센터에서 펼쳐진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3조 경기에서 3분46초68만에 터치패드를 찍으며 3조 1위로 골인했다. 그러나 이어진 공식 기록에서 이름은 가장 낮은 곳에 위치했다. 스타트 문제로 실격(DSQ, disqualified) 처리됐다. 출발은 문제되지 않았다. 박태환은 0.63초의 스타트 반응을 선보였다. 문제는 출발 전 정지 자세. 출발심판인 폴 매몬트는 박태환이 몸을 조금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국제수영연맹(FINA) 규정에 따르면 선수는 준비 구령에 한 발을 앞으로 내딛고 두 손을 정 위치에 둬야 한다. 박태환은 규정을 충실히 따랐다. 하지만 출발 구령까지의 약 2초 동안 눈으로 구별이 불가능한 미동을 노출했고, 심판은 이내 움직임이 옆 레인 선수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레이스를 마치자마자 박태환을 실격 처리했다. 박태환이 경기 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레이스에 문제가 없었는데”라며 어리둥절해한 건 당연했다. 박태환은 세계 최고의 스타트 반응 속도를 자랑한다. 지난해 상하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무려 0.60초대를 기록했다. 중학생 신분으로 출전한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준비를 출발 신호로 착각해 실격한 이후 국제대회에서 한 차례도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예상치도 못한 출발 구령 전 동작에서 노출됐다. 한 수영 관계자는 “확실하진 않지만, 머리를 위로 조금 일찍 올린 것 같다”라면서도 “경기 진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심판진이 재량에 달린 사안에 쓸데없이 엄격한 규정을 적용했다”라고 덧붙였다.
엄격하기로 소문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서도 이 같은 사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전까지 심판진은 선수가 다리를 스타트 블록에 댄 상황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실격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잇단 논란에 IAAF는 최근 경고를 주는 것으로 규정을 완화했다. 또 발이 스타트 블록에서 떨어지지 않으면 조금씩 움직여도 허용하기로 했다. 일종의 안전벨트를 마련한 셈이다. FINA에게서 이 같은 윤활유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간 이의를 신청하는 상소에 결과가 번복된 사례는 거의 전무했다. 엄격한 잣대에 선수들은 매번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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