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나의 캐디편지] '여자라고 무시해?'

남자들 사이에 낀 여자 고객은 늘 보던 평범한 여성골퍼였습니다.미소가 출중한 이 고객은 갑자기 일이 생긴 남편 대신 합류했다네요. 그런데 나머지 세 명이 이 여성한테 '핸디'를 달라고 울어댑니다. 클럽으로 보나 스윙으로 보나 어느 정도는 저를 힘들게 하지 않을 고객이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금방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첫 홀부터 내기가 시작됩니다. 보통 여성들의 내기는 1000원이나 2000원짜리고, 그래도 '줬네, 안줬네'하며 신경전을 벌이기 일쑤입니다. 우리 캐디들 역시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스코어를 정확하게 기재해서 돈 계산도 명확해야 뒤탈이 없습니다. 이 여성 고객은 그러나 평범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공치는 실력이 만만치가 않습니다.세 명의 남자가 아무리, 이른바 '구찌 작전'을 펼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쁜 미소를 띠며 여유 만만입니다. 홀이 지날수록 핀 옆에 달라붙는 공들은 물론 홀에 공이 들어가는 '땡그랑' 소리도 이 여성고객에게서만 들립니다. 나머지 세 명은 연신 땀만 줄줄 흘립니다. 누구든 3홀 이상 돈 잃고 기분 좋은 골퍼 없다죠. 이미 9개 홀 이상 돈을 잃었으니 속칭 '멘붕(멘탈붕괴)'이 찾아오고도 남는 시점입니다.후반에 들어서는 '구찌작전'이 '한방작전'으로 바뀝니다. 티잉그라운드에 있는 '복수의 종'을 울리며 배판을 불러 판돈을 키웁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로 돌아갑니다. 결국은 78타라는 무시무시한 스코어로 세 명의 남자 주머니를 털어간 '여장부 골퍼'입니다. 필드에는 은근히 여자골퍼를 무시하는 고객이 많습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뒤에서 치더라도 앞으로는 우리 여성들을 깔보지 마시기를 경고합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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