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보 이사장 재연임 '한편의 코미디'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퇴임한다고 기자간담회도 열고 직원들과 점심식사도 같이 했는데, 재연임한다는 소문이 나서 당혹스럽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답답합니다."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의 퇴임과 재연임을 둘러싸고 주말 내내 금융권은 이런 저런 루머가 무성했다.안 이사장의 재연임이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을 찬찬히 짚어보니 이번 사건은 한편의 코미디다. 안 이사장은 퇴임을 기정사실화하고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퇴임의 변을 밝혔다. "국회의원 시절보다 더욱 보람된 시기가 이사장으로 있었던 4년이었다"는 그럴듯한 인터뷰가 신문제목을 장식했다. 안 이사장은 신보의 각 부서장들과도 마지막 식사를 하면서 마지막 당부를 하기도 했다. 그러던 안 이사장이 싸두었던 짐을 다시 풀어놓게 생겼다. 신보 이사장을 둘러싼 이런 해프닝을 두고 금융위와 청와대간의 알력설, 청와대가 금융위 추천인사에 대해 출신지역을 이유로 비토했다는 설, 이 와중에서 안 이사장이 어부지리를 얻었다는 설 등등이 난무한다. 이 중에는 사실도 있고 루머도 있을 것이다. 또 퇴임 기자회견까지 했던 안 이사장을 다시 연임시키기까지엔 말 못할 사정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금융공기업 사장 한 명의 인사로 청와대와 금융위가 이처럼 망신을 당한 것은 두고 두고 곱씹어봐야 한다. 한 마디로 공기업 사장 인사를 매끄럽게 처리할 만한 일 처리 능력이 없거나, 일처리 능력을 아예 상실했다는 얘기다.금융 공기업 CEO 선정 과정의 문제점은 신보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지난 5월에 있었던 예금보험공사 사장 공모에는 지원자가 없어 공모 마감기한을 늦추기도 했으며 지난달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 선임에서는 후보자 면접도 생략된 채 인선이 진행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현재도 비금융권 공기업 중에서도 CEO 선정 때문에 진통을 겪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안 이사장의 퇴임과 재연임을 둘러싼 해프닝은 진위 여부를 떠나 이번 정권의 인사 난맥상을 보여줬다. 정권 레임덕의 또 다른 징후다. 덤으로 아름다운 은퇴를 꿈꿨던 일흔살의 안 이사장은 '어정쩡한 이사장'이라는 불명예까지 안게 됐다.최일권 기자 ig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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