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랜만에 금리에 손을 댔다. 어제 기준금리를 3.25%에서 3.0%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6월 이후 13개월 만의 조정이고, 2009년 2월 이후 3년5개월 만의 인하다. 시장에서는 금리를 내려도 8월 이후에나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는 점에서 전격적인 조치다. 이번 금리인하는 한은이 밝힌 대로 국내외 경제상황상 성장의 하방위험이 커지는 데 대응한 조치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어 앞으로의 경기하강에 대비하는 선제적 성격을 지닌 결정인 점이 주목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난달 2.2%로 4개월 연속 2%대에 머물러 물가 걱정이 줄어든 것이 금리인하 결정을 재촉했다.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키는 데 금리인하가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도 크게 작용했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이 묘하다. 마침 옵션 만기일이 겹친 날이기도 했지만 어제 증권시장에서 팔자는 주문이 쏟아져 코스피지수가 41포인트(2.24%)나 하락했다. 환율은 달러당 10.6원 급등해 1151.5원에 이르렀다. 채권은 시장수익률이 일제히 하락하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이런 반응은 금리인하의 경기부양 효과에 대한 기대보다는 거꾸로 '경제상황이 오죽 어려우면 한은이 금리를 인하했겠느냐'고 걱정하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또한 '그렇다면 연내에 금리를 한두 차례 더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형성된 결과이기도 하다. 시장에서 이런 반응이 나타난 것은 한은의 자업자득이다. 과다한 가계부채 등 거품이 일어날 때 금리인상을 주저해 오히려 거품을 조장한 전력이 한은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억누르고 있다. 이로 인해 이번 금리인하가 경기부양 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 경제상황에 떠밀려 취한 면피성 조치로 해석된 것이다. 한은이 이번 조치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무엇보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조치가 시중금리에 미치는 1차 효과가 충분히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은행들이 이번 조치를 예대금리차 확대 기회로 악용하지 않도록 예금금리뿐 아니라 대출금리도 충실히 인하하는지 점검하라.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절반 이상이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형임을 고려해 CD 금리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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