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글로벌 경쟁위한 육성책 마련 높은 목소리
합리적 소비를 선호하는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운임을 낮춘 저비용 항공사(LCC·Low Cost Carrier)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LCC의 급성장세 영향으로 세계 항공사 실적 집계 상위권에 LCC가 포함되기 시작했다. 국제선은 아일랜드 국적의 라이언에어, 국내선은 미국 국적의 사우스웨스트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영국의 이지젯은 국제선에서 세 번째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의 LCC도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지만 세계시장에서는 여전히 변방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LCC 육성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6년 6월 가장 먼저 출범한 제주항공이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자회사나 계열사 형태로 진에어, 에어부산을 설립하고, 그 이후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이 시장에 가세한 상황이다. 기존 항공사 중심의 시장 구도가 점차 LCC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2011년 기준,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 5개 LCC의 국내선 수송 실적은 869만명으로 제주항공이 처음 취항한 2006년 37만명보다 24배 성장했다. 수송 분담률도 2006년 2%에서 지난해는 41%로 대폭 증가했다. 반면 기존 항공사는 제자리 걸음이거나 국제선에서 소폭 성장하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제주항공을 비롯한 LCC의 2011년 국제선 수송객 수는 183만여명으로 2010년 92만4000여명보다 2배 이상 증가, 국내선을 벗어나 시장 범위를 국제선으로 확대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이른 기간 내에 우리나라 LCC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안전함·편리성·경제성 등 3박자가 모두 충족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해외 LCC, 국가적 지원책 앞세워 한국 진입 시도이에 힘입어 LCC의 시장 확대 공세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선 수송실적 분담률은 42% 수준으로 우리나라 LCC는 올해 국제선 확대에 주력하는 중이다. 중단거리 중심의 기단 운용 특성상 일본과 중국에 집중된 가운데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각각 우리나라 LCC 최초로 베트남과 라오스에 정기노선을 개설했다.
아직 구체화 되지는 않았으나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등 국내 5개 LCC는 올 하반기에도 신규 노선 취항과 기존 노선 증편 등 공격적인 노선 확대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노력에도 우리나라를 기점으로 하는 국제선에서 LCC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 수준이다. 전 세계 평균 26%, 우리나라 항공사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동남아시아권의 51%의 약 1/7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적 수준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자국의 항공자유화 확대, LCC를 위한 각종 지원책을 무기로 우리나라 진입 시도하고 있는 해외 LCC들의 사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유럽을 기반으로 하는 라이언에어와 이지젯 등 LCC가 국제선 수송실적에서 세계 대형항공사를 앞지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자유로운 노선 개설이다. 영국 런던을 베이스로 하는 이지젯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프랑스 파리 노선을 운항하는 것이나, 아일랜드 국적의 라이언에어가 영국 런던의 스텐스테드 공항을 베이스로 삼을 수 있는 것은 항공 자유화의 결과다. 동남아시아와 일본은 전용 터미널 건설 등 각종 유인책을 실시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정부는 2006년 3월 LCC 전용 터미널을 설립, 카운터와 사무실 임대료를 절반 수준으로 낮춰줬다. 이런 정책의 뒷받침은 원가 경쟁력을 높여 LCC 존재 이유의 핵심인 ‘낮은 운임’의 실현을 가능케 한다. 우리나라보다 시작이 늦은 일본의 대응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일본 정부는 2007년 ‘아시아 게이트웨이’ 계획을 공개하고 지방공항에 대한 규제를 대폭 철폐했다. 또 벽지 공항에 들어오는 외국 항공사에는 해당 지자체에서 이·착륙료와 시설 사용료 등 감면 혜택을 제공했다. 유럽·동남아에 비해 늦은 시작…과잉 규제도 걸림돌우리나라는 2006년 취항해 올해 7년차를 맞는 제주항공이 나름대로 선전하며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시장 진입이 늦은 데다 규제까지 겹치는 바람에 우리나라 LCC 시장 성장에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06년 제주항공 취항 이후 국제선 취항 준비 시점에 ‘국내선 2년 2만회 무사고 운항’ 조건을 신설하는 등 지원보다 규제에 초점을 맞췄던 사실을 예로 들었다. 또한 지난해 인천~나리타 노선, 최근엔 김포~숭산 노선 등 주요 노선에 대해 ‘균형 성장’을 이유로 매각을 진행 중인 항공사에 주요 노선 운수권을 배분하는 등 정책 운용 난맥상을 노출한 점도 그렇다. 제주항공 취항 이후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까지 잇달아 취항하며 진행된 LCC의 비중 확대는 독과점 해소에 따른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운임 인하(물가안정) 등 긍정적 효과를 유발하고 있는 만큼 이를 유지시키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취항한 일본의 피치항공을 시작으로 에어아시아 재팬, 젯스타 재팬, 에어필 익스프레스, 중국 춘추항공 등 동아시아권 LCC들의 시장 진입이 예상돼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각 항공사별 가격·서비스 경쟁력 등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이와 더불어 정부 차원의 저비용항공 육성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점도 꼽았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제는 ‘국가대표 LCC’ 육성을 위한 지원책 마련과 더불어 ‘옥석’을 가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항공사에 기회 보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존 항공산업과 신규 LCC 산업의 동반 성장을 위해서는 근거리 노선의 운수권 우선 배분, 공정한 경쟁을 위한 시장 왜곡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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