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는 2류다”..정몽원 회장의 작심 질타

임직원에게 A4 8장 이메일..고질적 기업병을 꼬집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미안한 얘기지만 우리 만도는 지금 2류 회사에 불과하다. 괜찮은 회사라는 평은 듣고 있지만 분명 일류 회사는 아니다. 이것이 2008년 3월부터 다시 만도를 맡으면서 4년여에 걸친 경험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결과다."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23일 장문의 이메일을 통해 계열사 만도 임직원에게 가감없는 일침을 가했다.정 회장은 이날 임직원들 앞으로 '만도의 미래 생존을 위한 新출사표'라는 제목의 A4 8장 분량의 담화문을 발송했다. 정 회장이 새해 첫 날과 창립기념일 등 특정일 외에 임직원에게 의견을 개진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이 때문에 만도 내부에서는 정 회장의 발표문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정 회장은 작심한 듯 이메일에서 품질, 기술개발, 원가경쟁력, 영업 등 각 부문별로 조목조목 문제점을 제기했다. 일부 잘못된 관행을 '만도병(病)'으로까지 지칭하기도 했다. 신년사와 창립기념사 등에서 "잘하자"라는 취지의 통상적인 언급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다.이와 관련해 정 회장은 "'언젠가' 한 번은 진솔한 마음을 담아 펜을 들거나 얘기를 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적절한 경험치'와 얘기가 통할 수 있는 '어느 정도 이상의 신뢰',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적절한 미래의 얘깃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이제 그 때가 됐다"고 서두에 밝히기도 했다. 정 회장은 담화문에서 "겸연쩍긴 하지만 우리가 경쟁사들보다 못한 부분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운을 뗀 후 "만도의 기술개발 능력은 아직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수익원이 돼야 할 몇 가지 미래형 주요 품목의 기술력을 비교해보면 경쟁자들에 비해 아직 한 두 단계씩 실력이 모자라다"고 덧붙였다.특히 품질에 대해서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는 말로 문제의 심각성을 표현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품질문제로 인해 고객과의 관계가 불안정하다"면서 "자동차부품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보안부품이기 때문에 품질문제는 회사 경쟁력의 차원을 넘어서 회사 존립을 좌우하는 치명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원가경쟁력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시장가격이라 한다면 우리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는 것인 만큼, 결국 우리가 그 가격 수준을 감내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주가도 거론했다. 정 회장은 "현재 만도 주가는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족스럽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부품 회사의 주가 수준치고는 많이 부족하다"고 속내를 밝혔다.정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길목'에서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경제위기에도 완성차 산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자동차부품 산업 역시 덩달아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잘 나갈 때 위기를 의식하지 않으면 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정 회장이 내놓은 해법은 간단했다. "강력한 경쟁자들과 싸워서 그들보다 우위에 서는 것 말고는 중장기적인 생존방법이 없다"면서 "글로벌 확대 전략과 고객 다변화 노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마치 갓 걸음마를 배운 어린 아이가 100m 경주에 나서는 것 같아 편치 않은 심정이지만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도 했다.그는 "이를 위해 사내에 만연하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인 '만도병'을 근절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정 회장은 관행에 집착하면서 기본과 원칙을 잘 지키지 못하는 점, 전사적인 협조 관계를 방해하는 본부 이기주의,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한 점, 원가 및 위기의식의 부재, 지시 일변도의 일방적인 상하관계, 취약한 마케팅 능력 등을 '만도병'으로 규정했다.정 회장은 담화문 마지막에 스스로도 변화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만도가 최고의 소통문화를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전개할 뿐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잘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복지 등을 더욱 배려하겠다"는 말로 마무리지었다.최일권 기자 ig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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