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 약세의 덫에 빠진 印 중앙은행의 딜레마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인도 통화인 루피화가 끝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루피약세는 수입 연료가격 급등에 이어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초래하고 이는 다시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자본유출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루피약세는 또 수입물가를 자극해 물가불안을 낳아 저성장과 고물가(스태그플레이션)와 싸우고 있는 인도 중앙은행에 난제를 더한다.문제는 인도 중앙은행이 루피 약세 저지를 위해 시장개입에 나서고 있지만 인도 경제의 기초체력이 워낙 취약해 하락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루피는 16일 인도 중앙은행(RBI)의 대규모 시장개입에도 자유낙하를 지속했다고 17일 전했다.루피 가치는 이날 장중 한때 달러당 54.52루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54.59루피로 장을 마감하면서 그간의 기록을 갈아치웠다.루피는 지난해 12월15일 달러당 54.2925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달러화에 대한 루피약세는 인도 국내외 요인이 가속하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유로사용 17개국) 탈퇴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달러 가치는 계속 오르고 있다.인도 경제 자체도 루피약세 요인이다. 월마트 등 유통업체의 투자허용을 철회함으로써 외국인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다. 원유가 상승과 루피약세가 맞물려 수입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무역수지 악화에 이은 경상수지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3월로 끝난 2011 회계연도 무역수지 적자는 1850억 달러였고 올해도 큰 규모의 무역수지 적자를 낼 전망이다. 경상수지도 나빠져 올해는 750억 달러로 예상된다. 그만큼 달러가 부족하다는 뜻이 된다.급기야 RBI는 수출업체들에게 달러 결제대금의 절반은 의무적으로 루피로 교환하도록 요구했다.그렇지만 달러 수요과 공급차이의 결과 루피약세는 계속되고 있다. 달러에 대한 루피가치는 지난해 16% 떨어진데 올들어 2% 이상 하락했다.대규모 시장개입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달러당 54루피는 인도에서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지만 머지 않아 깨질 것으로 관측된다.그렇다고해서 RBI가 할 일은 많지 않다.294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지만 루피 지지를 위해 보유고를 풀었다가는 자칫 투기적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귀중한 달러만 소진시키고 루피 가치는 못막는 수모를 당할 수도 있다.외국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금리인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물가가 여전히 높아 '쓸만한' 대책이긴 하지만 현 수준도 기업들은 "매우 높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물론 RBI은 지난달 둔화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3년 사이에 처음으로 지난달 기준금리를 8%로 0.5%포인트 인하했다.그렇지만 경기는 살아나지 않은채 물가가 자극했다.인도 정부가 물가측정 지표로 삼는 도매물가지수(WPI)는 4월 전년 동월에 비해 7.23% 상승해 3월 상승률(6.89%)이나 전문가 예상치(6.67%)를 훌쩍 뛰어넘었다.한마디로 저성장 고물가 속에서 중앙은행의 운신의 폭은 대단히 좁다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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