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바이>│이 재미진 시트콤 보소!

미운 일곱 살보다 더 다루기 어려운 게 있다면 미운 오십대다. “진행이 너 그러는 거 아냐! 이 녀석 들어오고부터 이 애빈 안중에도 없지?” 그 이름처럼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풍파동 모처에서 오늘도 고성이 들려온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요즘 한참 질풍노도의 오십대를 보내고 있는 류정우(최정우). 또 무슨 일로 삐치신 걸까. 무엇이 마음에 안 들어 “국물 우려낸 멸치 대가리 같이 아무 쓸모도 없는” 장남 진행(류진)과 “징글징글한” 시완(임시완)이에게 눈을 세모로 하고 쏘아붙이시는 걸까? 아무래도 시완이로부터 빼앗아 둘러맨 저 알록달록한 가방이 원인인 듯하다. 하지만 연기는 연기일 뿐, 오해하지 말자. “컷!” 소리가 들리는 순간, 어디 가서 내 아버지라 말하기 부끄러운 쪼잔 중년 류정우에서 가장 연장자임에도 신인 못지않은 모습으로 매 장면에 열심인 연기자 최정우로 돌아온다. 그렇다. 이곳은 MBC 일일시트콤 <스탠바이> 녹화 현장이다.
“방송이 장난이야?” 박준금 아나운서의 이 입버릇을 가장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시트콤 현장이다. 웃기기 위해서는 웃을 수 없다. 유쾌한 코미디를 위해서는 상황, 캐릭터, 연기가 모두 적절하게 계산되어야 한다. ‘장난’이 아닌 방송을 위해 수십 명의 연기자와 스태프가 한 호흡으로 숨을 쉬느라 서늘한 긴장감마저 감도는 이곳에서 <스탠바이>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아 기분 좋은 웃음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팽팽히 당기기만 하면 끊어지는 법. 한 씬 한 씬 바삐 움직이는 와중에 적당히 긴장을 풀어주는 이가 있으니 자칭 “남성미 넘치는 오리지널 미남” 쌈디다. 긴장한 엑스트라에게 “진짜 고등학생이에요? 스물여덟? 대박! 나랑 한 살 차인데 동안이네, 동안”이라며 말을 건네고, 건너편에서 밝게 웃고 있는 임시완에게는 “시완이 지금 그 뭐, 스킨푸드 얼굴인데~”라고 놀리며 손 키스를 날린다. 하지만 쌈디가 농만 치고 있는 건 결코 아니다. 방송이 어디 장난인가! 엑스트라들의 동선과 표정을 체크하느라 바쁜 스태프에게 “저는 뭐 서빙 안 해요?”라며 스스로 할 일을 찾아 묻고 실루엣만 보일 장면에서도 사소한 리액션 하나하나에 열심이다. 이 신인배우 좀 보소! 이 열정 좀 보소! 그나저나 알바 1,2,3과 돈 안 되는 객식구 경표, 예원 외엔 제대로 된 손님을 보기 어려웠던 정우의 파스타 가게에 웬일로 이렇게 북적거리는 걸까? 이유는 오늘 저녁 7시 45분에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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