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연은 지난 주 SBS <일요일이 좋다>의 ‘K팝 스타’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귀여운 이미지가 강하던 그가 소녀시대의 ‘Run devil run’을 강하고 어두운 모습으로 부른 것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백아연의 승리는 보아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승리이기도 하다. 보아는 백아연에게 ‘Run devil run’을 골라줬고, 소녀시대는 춤을 가르쳤으며, SM의 스태프들은 무대를 구성했다. “이 친구가 (경연에서) 떨어지면 우리는 그냥 완패?”라는 보아의 말은 SM이 가수에게 하는 역할을 보여준다. 가수는 무대에 서고, 무대는 회사가 만든다. YG엔터테인먼트 (이하 YG)는 빅뱅의 < On air >를 제작했다. < On air >는 지난 3월 20일부터 25일까지 같은 시간에 네이버를 통해 공개됐다. YG는 무대 연출을 맡아 빅뱅의 새 앨범 < ALIVE >의 수록곡 전부의 무대를 제작했다. 2NE1 역시 작년에 < On air >를 제작했고, 몇 곡은 지상파 활동 없이 차트 1위를 했다. 빅뱅의 < On air >는 유튜브에서도 1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Fantastic baby’는 SBS <인기가요>를 통해 방영됐다. 제작사가 지상파 대신 무대의 제작과 유통을 맡은 것이다. <H3>아이돌의 틀을 벗어난 YG</H3>
소속 가수들이 아이돌 그룹의 틀에서 벗어나는 순간, YG는 새로운 방향의 무대도 제시했다. <br />
지상파 안에서도 YG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무대를 만든다. 빅뱅은 <인기가요> 컴백 무대에서 와이어에 매달려 등장했다. ‘Blue’는 ‘Blue’라는 글씨를 쓰는 물, 무대 바닥에서는 LED로 그려지는 물, 그 아래에 있는 실제 물 등 물을 테마로 독특한 무대를 선보였다. ‘Fantastic baby’에서는 빅뱅이 집 모양의 초대형 세트 안에서 있다 갑자기 튀어나왔다. 몇 주 후 <인기가요>는 ‘Bad boy’에서 좁은 구조물 안에 있는 빅뱅을 근접 촬영, 역동적인 화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빅뱅의 이번 앨범 곡들은 다른 아이돌 그룹의 노래와 확연히 다르다. 멤버별로 파트가 뚜렷하지도 않고, 군무를 추기도 어렵다. ‘Blue’는 아예 춤을 추기도 쉽지 않다. <인기가요>는 무대 전체를 조명과 세트까지 곡의 이미지를 반영해 미장센을 만들어내면서 아이돌이되 아이돌에서 벗어난 음악이 추구해야할 무대를 제시했다. 2NE1도 활동 당시 <인기가요>의 무대를 뮤직비디오 세트처럼 완전한 배경이 완성된 가상공간처럼 만들었다. 무대 연출은 <인기가요> 제작진의 공이다. 하지만 빅뱅은 음악 프로그램 출연 대부분을 <인기가요>에 집중했다. 세트 하나를 세우는데 다섯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바탕으로 제작진과 빅뱅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YG는 콘서트 급의 무대를 자체 제작하고, 빅뱅은 < On air >와 <인기가요> 출연만으로도 차트 정상에 오르며, 유튜브를 통해 퍼진 빅뱅의 무대는 해외 팬들이 빅뱅의 월드 투어 티켓을 예매하게 만든다. 빅뱅의 무대는 YG가 음악제작, 프로모션 기획, 콘텐츠의 유통과 수익구조까지 그들의 방식을 완성했기에 가능하다. 직접 무대를 만들고, 원하는 무대에만 출연해도 돈을 벌 수 있다. 소속 가수들이 아이돌 그룹의 틀에서 벗어나는 순간, YG는 새로운 방향의 무대도 제시했다. <H3>더 강력한 신제품을 선보인 SM</H3>
‘셜록’의 무대는 SM이 그들의 경쟁자에게 던지는 메시지 같다. “따라 올테면 따라와 봐.” <br />
YG가 그들만의 세계를 만든 사이 SM은 기존 시장 안에서 더 강력한 신제품을 내놨다. 샤이니가 ‘셜록’에서 보여주는 잔상안무(여러 사람의 춤이 하나의 동작처럼 이어지는 춤)는 다른 그룹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샤이니의 잔상 안무는 여러 사람이 단지 같은 동작을 이어가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샤이니는 다섯 사람이 한 사람의 여러 동작을 나눠 춘다. 다섯 명이 한 명의 다섯 동작을 나눠 추고, 그게 합쳐지면 한 사람의 연속 동작이 된다. 다섯 명의 동작이 모두 펼쳐진 상태에서 정지하면 멤버들의 동작은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관객들이 그 정교한 안무 구성에 놀라는 순간, 멤버들은 앞으로 튀어 나와 무대를 입체로 만든다. 다섯 명만으로 무대의 미장센을 만들고, 2D를 3D로 전환한다. ‘셜록’의 무대는 SM이 그들의 경쟁자에게 던지는 메시지 같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셜록’의 안무는 마이클 잭슨의 < This is it > 안무에 참여한 안무가가, 곡은 외국 작곡가가 만든 ‘Clue’와 ‘Note’를 합쳐 만들었다. ‘셜록’의 후렴구 ‘Oh I'm curious yeah 사진 속 네가 순간 미소지어 왜’가 ‘Clue’에서 ‘Note’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 때 샤이니는 무대 앞으로 걸어 나온다. 두 곡을 합친 급격한 멜로디 변화로 안무의 임팩트를 살리고, 반대로 흐름이 이어지는 안무는 대중이 멜로디의 접합을 받아들이게 한다. SM 특유의 SMP (SM Music Performance)는 멤버들의 군무와 여러 곡을 리믹스 한 것처럼 인상적인 멜로디를 이어가는 구성이 기본이다. ‘셜록’은 SM이 해외 인력까지 동원해서 그들이 원하는 SMP를 구현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샤이니가 이런 무대를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게 하는 트레이닝 시스템은 기본이다. ‘셜록’의 무대를 몸에 익힌 샤이니는 세상 어디서든 다섯 명만으로 무대의 미장센을 만들고, 횡과 종으로 뛰어다니며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 것이다. <H3>‘K팝 스타’를 보면 SM, YG, JYP의 미래가 보인다</H3>
‘K팝 스타’는 SM, YG, JYP, 세 회사가 TV의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인피니트와 틴탑은 군무의 완성도를 강조하며 활동했고, 인기를 모았다. SM의 노하우를 후발주자들이 따라잡았다. TV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버스커버스커 같은 밴드가 차트에서 돌풍을 일으킨다. 대신 유튜브는 가수들의 무대를 세계로 알릴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시장 환경과 대중의 취향이 동시에 변하는 지금, SM은 그들이 만들던 무대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고, YG는 새로운 방향을 찾았다. 그리고 무대의 완성도는 지금까지 그러했듯 자본과 시스템의 역량이 결정지을 것이다. JYP엔터테인먼트 (이하 JYP) 역시 승부수를 던질 것이다. JYP의 음악 프로듀서이자 안무가인 박진영은 음악 안에 독특하면서도 대중성이 있는 동작을 집어넣는데 탁월하다. 원더걸스의 ‘Tell me’는 누구나 따라하고 싶은 동작과 UCC의 붐이 맞물려 걸그룹 전성시대를 열었다. 멤버들이 바닥에 눕거나 다리를 높게 올리던 미스 A의 ‘Bad girl good girl’은 동작의 범위를 무대 위 아래로 넓혔고, 2PM의 ‘Heartbeat’는 인간 탑을 쌓았다. 이어질 JYP의 가수들이 어떤 동작과 무대를 보여주느냐는 JYP의 미래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다. ‘K팝 스타’는 세 회사가 TV의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무대는 그 바깥에서 회사의 역량을 집결시킨 콘텐츠다. 세 회사는 지상파를, 예능을, TV의 평면 스크린을, 평범한 군무를 벗어나 새로운 성공 공식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 세 회사의 정체성이 담긴 무대는 그 답을 알려줄 창조적인 콘텐츠의 최전선이자 최종병기다.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가 곧 그 회사의 모든 것을 대표하는 것처럼. 그리고 다른 회사들도 다른 방식의 무대, 또는 무대마저 벗어난 무엇으로 맞설 것이다. 음악, 춤, 연주, 그리고 무대의 창조성이 다시 매우 중요해진 시대가 왔다. 다만, 그 주체는 개인이 아닌 회사일 것이다. 그것이 좋건 싫건, 옳건 그르건 간에.<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강명석 기자 two@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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