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옷 벗어도 웃는 그들

'센 자리 있던 분' 금융계 낙하산 전성시대농협금융지주·금투협 등 두달새 7명 이동금융업체 감독부실화·유착 재연 우려 커[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금융감독원의 낙하산 인사가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회사 감사 자리로 가는 길이 막히자 금융 유관기관 간부 자리로 방향을 튼 형국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노태식 은행연합회 부회장 후임으로 김영대 금감원 부원장보가 낙점됐다. 회원은행들의 서면 결의 등을 거쳐 조만간 은행연합회 부회장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은행연합회 노조는 지난달부터 김 부원장보의 이동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지만, 결국 감독당국의 의도대로 결론이 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달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업계가 원하면 (김 부원장보의 이동을)재고해 보겠다고 했지만 립서비스에 불과했다"며 "업계에서 드러내놓고 감독당국에 거스를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낙하산 묘수 찾는 금감원=금감원은 올 들어 새로운 낙하산 출구를 모색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금융회사 및 유관기관 임원으로 금감원 출신이 내려가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지난해 저축은행 비리로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그동안 한껏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금감원의 인사적체가 갈수록 심해지자 새로운 출구 찾기에 나선 것.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집권말기의 느슨한 분위기를 틈타 금감원의 낙하산 본능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금융보안연구원은 정기총회를 열어 곽창규 원장 후임으로 김광식 전 금감원 공보실 국장을 선임했다. 이에 앞서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으로 박원호 금감원 증권담당 부원장이 옮겨갔다. 규제기관 출신 간부가 자율규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금융권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1월에는 장상용 전 금감원 감사실 국장이 손해보험협회 신임 부회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오랜 기간 금융권을 감독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며 업계에서도 금감원 인사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에 적임자가 갈 경우 무조건 낙하산 인사라고 매도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금감원 출신 인사를 받아야 하는 유관기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내부 인사적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당국의 일방통행식 처사가 도를 넘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 감사 챙기기 구설수=지난 2일 출범한 농협금융지주와 산하 자회사의 사외이사 및 감사에 금감원 출신이 다수 임명된 것은 명백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다.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업체 감사자리로 진출하는 것에 부정적인 견해가 나왔던 터라 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지난달 최수현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신한은행이 금감원 출신 감사 선임 움직임에 대해 "현직은 물론 전직 금감원 간부 출신이 금융업체 감사자리로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농협지주는 지난해까지 금감원 부원장직을 지낸 이장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사외이사에 선임됐으며 농협은행의 상근감사위원에는 금감원 국장 출신인 이용찬 전 상호저축은행중앙회 부회장이 발탁됐다. 또 농협생명보험 상근감사에는 금감원 보험조사실장을 역임한 이상덕 여신금융협회 상무이사가 선임됐다. 이를 두고 농협 내부에서도 찬반 양론이 거세다.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 관행의 되풀이라는 목소리와 함께 출범 첫 해인만큼 자칫 발생할 수 있는 금융당국과의 불협화음을 해소하는 가교 역할을 기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농협 노조 관계자는 "이번 인사의 경우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솔직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농협 관계자는 "출범 초기인 만큼 그동안 여러 모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미흡할 수 있는 점이 생길 수 있다"면서 "당국의 의중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인사가 바람막이를 해줄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조태진 기자 tj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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