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박지성 기자]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장남인 이맹희씨에 이어 차녀인 이숙희씨까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이건희 회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의 경영축이 한동안 흔들릴 수 밖에 없어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부인인 이숙희씨는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선대 회장의 유산으로 인정된 차명주식을 돌려달라며 삼성생명 주식 청구 소송을 냈다. 이씨의 소송 역시 이맹희씨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화우에서 맡았다.소송내용 역시 동일하다.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차명 재산을 실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다른 상속인들에게 알리지 않고 이건희 회장이 이를 독차지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삼성생명 주식 223만여주 ▲삼성전자 우선주 10주 및 보통주 10주 ▲삼성전자 주식으로 인한 배당금 1억원을 요구했다. 삼성에버랜드에는 ▲삼성전자 주식 100주 ▲배당금 1억원 반환을 요구했다. 현 주가로 계산할 경우 총 1980억원에 달한다.아워홈측은 이씨와 거리를 두고 있다. 개인적인 소송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이숙희씨와 아워홈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개인적인 소송에 관한 것이라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재계는 이번 소송을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의 상속인들이 치밀한 계획 아래 제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삼성에버랜드가 갖고 있는 주식이다. 이맹희씨는 삼성에버랜드가 갖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 100주를 요구했고 이숙희씨는 삼성에버랜드가 갖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100주를 요구했다. 두 사람 모두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차명주식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일부만 청구한다고 밝혔다. 향후 요구 주식수를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두 사람이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삼성에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순환출자 구조의 지배구조가 일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삼성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확대 해석은 경계하고 있다. 이미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이 타계하면서 모든 상속은 끝났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상속은 이미 25년전에 다 끝났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며 "이맹희씨외에 추가로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하나 더 늘었을 뿐, 법리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법원에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기업 삼성의 위상이 하락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기업에 대한 정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에 오너 일가의 재산다툼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도 신경이 쓰인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대외적으로는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재계의 걱정도 대단하다. 초일류 기업으로 올라선 삼성이 소송으로 인해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이다. 특히 삼성전자 LCD 사업부의 분할 및 그룹 차원에서의 사업 재배치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오너 및 경영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송 자체가 안타깝다는 의견을 내 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타 기업의 일을 거론하는 것에 다들 부담을 느끼고 있어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재계를 겨냥한 말들이 많은 시기인데 재산 분쟁으로 안 좋은 시선이 늘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박지성 기자 jiseo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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