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경기도 양평군에 사는 최영식(가명.62)씨는 7년 전 정년퇴직을 앞두고 직장에서 쫒겨났다. 보일러수리공인 최씨가 25년간이나 젊음을 바쳐 일한 곳이지만, 회사는 "나이가 많아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이후 최씨는 이 곳 저 곳을 옮겨 다니며 일용직근로자로 일하다 1년6개월 전부터 군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에서 보일러를 관리한다. 꼬박 한 달을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130여만원. 넉넉하지는 않지만 노부부가 시골살림을 꾸려나가는데 부족함이 없다. 최씨는 "아직 결혼하지 않아 데리고 있는 큰 딸이 생활비를 주지만 출가한 작은 딸과 아들에게선 가끔 용돈만 받는 정도"라며 "몸이 성할 때까지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하는 노년층이 늘고있다. 은퇴 후 달콤한 노후 생활을 시작할 시기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통계청의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252만7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373만2000명)의 10분의 1수준이다. 이는 1년 전보다 9.2% 늘어난 것으로 연령대 중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베이비붐 세대인 50~59세 가 8.0% 증가해 뒤를 이었다. 그러나 15~29세는 취업자가 6.8% 줄었고, 30~39세도 0.8%감소했다. 한창 일할 나이의 젊은이들 보다 취업 전선에 뛰어든 노년층이 더 늘어나 많아지는 것이다. 이처럼 '일하는 노년층'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고령화에 따른 노인인구 증가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후 생을 마감할 때까지 기간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성장기 고도의 물가상승으로 주택 마련과 자녀교육 등에 임금을 쏟아부으면서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탓이다. 과거에는 자녀의 보살핌을 받을 나이지만, 최근에는 부모를 부양하는 자녀가 줄고있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1'에 따르면 '부모를 부양한다'는 자녀는 1998년 89.9%에서 2010년엔 36.0%로 줄었다. '자녀와 같이 살고 싶다'는 비율도 2002년 53.0%에서 지난해 29.0%로 떨어졌다. 자녀에게 기대지 않은 노년층의 최고의 노후대책은 일자리인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노년층의 제2의 일자리가 도소매업 등 자영업이라는 점이다. 지난달 도소매업 취업자는 10만4000개로 전체 취업자 53만6000명의 5분의1을 차지하면, 고용호조를 견인했다. 자영업의 경우 경기에 가장 민감한 업종인 만큼 최근 경기둔화 현상이 본격화되면 일자리가 최고위 노후준비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인경 KDI 연구위원은 "60대 이상 노인들이 은퇴 후 도소매업 등 자영업으로 많이 간다"면서 "자영업은 경기가 불안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맞는 업종인 만큼 경기가 더 나빠지기 전에 정부가 자영업자 고용보험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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