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어업으로 출발 年1조 매출 글로벌 韓商'

권영호 인터불고 그룹 회장 인터뷰
[마드리드(스페인) = 고형광 기자] "요즘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고민이 적다. 근시안적 사고는 오래 못 간다. 10년, 20년 후에 무엇을 먹고 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대표적인 글로벌 한상(韓商)으로 통하는 IB(Inter-Borgo, 인터불고)그룹 권영호(73·사진) 회장은 공항에서 기자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인터불고 그룹의 본사가 있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기자와 만난 권 회장은 "지금 삼성이 세계 전자시장을 호령하고 있지만, 후발주자가 따라잡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자만하지 말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권 회장은 부인과 함께 현재 한국에서 추진중인 호텔사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길이었다. 공항에서 그를 만나 성공신화의 뒷 얘기를 들어봤다.경북 울진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60년 중반 '대양에 나가 큰 꿈을 펼쳐보겠다'는 야망을 품고 무작정 원양어선을 탔고, 당시 한국과 어업협정을 맺어 한국 어선에 기지를 제공했던 스페인의 작은 섬 라스팔마스로 향했다. 몇 년 후 그곳에서 버려지기 직전의 어선 1척을 구입해 직접 원양업에 뛰어들었다.4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스페인뿐만 아니라 한국ㆍ중국ㆍ네덜란드ㆍ앙골라 등 세계 각국에 2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연 1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의 회장이 됐다. 한국에서도 호텔, 건설회사 등을 경영하고 있다. 세계 주요 스포츠 경기의 국내 독점 중계권을 보유한 'IB스포츠'도 그룹의 계열사다.그는 한국의 공직 문화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권 회장은 "외국 기업 임원들이 만날때마다 한국에서 사업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실무자가 너무 자주 바뀌어 계약 내용을 수시로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나라가 외국 기업을 유치하려고 혈안이 돼 있는 이 시기에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권 회장은 '기부 천사'로도 불린다. 자신이 보유한 시가 2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지방의 한 대학에 기증했고, 학생들을 위해 지원한 장학금 현금 규모만 100억원에 이른다. 애국가 작곡가인 고 안익태 선생의 스페인 유가(遺家)를 사들여 정부에 기증한 것도 권 회장이다. 그는 "돈을 벌어 보람있게 쓸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생각하다 어려운 사람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권 회장은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소형차를 손수 운전하고 비행기는 이코노미석만 이용할 정도로 검소하다. 그는 "스페인은 장관도 개인 드라이버 없이 소형차를 혼자 운전하는 나라다. 이런 곳에서 40년 정도 살다보니 그 문화가 몸에 뱄다. 남다를 것 없다"고 했다. 이날도 권 회장 부부는 본인들의 짐을 직접 끌고 비행기에 탑승했다.마드리드(스페인) =고형광 기자 kohk010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고형광 기자 kohk0101@ⓒ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