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황탈출 신호?.. 토지, 잘 팔린다

수도권·세종시 등지서 공동주택용지 매입 열기 '후끈'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위례신도시 A1-7블록 18대 1, 경기 하남미사 보금자리주택지구 A30블록 16대 1'건설업계가 알짜 택지 확보에 적극 나서며 토지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주택시장은 거래 감소 등으로 불황기가 길어지고 있으나 분양을 목적으로 한 건설사들의 토지매입 열기는 뜨겁다. 위례와 하남미사 등 공동주택지 공급에서는 잇따라 두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다.대형사와 중견사 등이 '너도 나도' 땅 사재기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토지리턴제 및 무이자 할부 등의 파격 조건을 내세웠음에도, 대표적인 토지공급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 판매는 '파리 날릴 정도'라는 혹평을 받았던 만큼 주목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세종시나 혁신도시 등의 일부 지역에서 청약경쟁률이 높아지면서 건설업계에 '바닥'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모든 땅이 다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 '되는 곳'만 몰리기 때문에 업체간 선점 경쟁도 치열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례로 지난해 12월부터 첫마을 입주가 시작된 세종시는 올해도 땅 투자 유망지 1순위에 오르고 있다. 인근 지역인 대전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도 올해 시작되기 때문이다. LH가 3.3㎡당 평균 25만원 선에 구입했던 세종시내 땅은 최근 경쟁입찰에서 700만원대까지 낙찰되고 있다. 세종시 건너편 3~4㎞ 떨어진 대평리 나대지도 3.3㎡당 800만원, 주유소 용지는 1000만원을 호가한다. 이 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LH의 작년 토지 판매 실적은 크게 늘었다. 125개 필지, 7조5000억원어치가 팔렸다. 2010년 39개 필지, 1조8999억원보다 무려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특히 하반기 판매금액만 6조원으로 상반기 때보다 400% 가량 늘었다. 건설사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는 곳은 수도권 주위의 보금자리주택지구와 세종시를 비롯한 지방 신도시다. 우선 수도권에서는 대우건설이 지난 10월 경기 하남 미사 보금자리주택지구 A30블록을 16대 1의 경쟁률 속에 낙찰받았다. 또 최근 위례신도시 아파트 용지 6개 블록 공급에서 18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A1-7블록도 사들였다. 재개발·재건축 등의 사업에만 치중하던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서울 강남보금자리지구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용지를 확보했다. 포스코건설과 호반건설은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땅을 샀다. 호반건설은 동탄2신도시 뿐만 아니라 세종시 3필지를 비롯 포항 장량지구 2필지, 광주 첨단2지구 2필지, 울산 혁신도시 1필지 등 8필지도 매입했다. 지방에서 싹쓸이 형태의 토지매입이 이뤄지고 있다. 반도건설은 경남 양산신도시에서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총 3개 필지를 사들여 이 가운데 2개를 성공적으로 분양했으며, 이달 4차 단지를 분양할 계획이다. 중흥주택도 광주전남기업도시 1필지, 세종시 3필지, 광주첨단2지구 1필지 등 5필지를 구입했다. 무엇보다 민간임대 전문업체인 부영의 토지 구입은 대형·중견사 할 것 없이 단연 앞선다. LH에서 매입한 토지만 모두 9020억원어치로 화성향남, 위례신도시, 경북혁신도시, 광주준남혁신도시, 양산 물금지구 등 전국에 걸쳐 다양하다. LH 물량뿐 아니라 경기도시공사, 충북개발공사, 전남개발공사, 대한전선 등을 합쳐 2조5000억원대의 땅을 사들였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대규모 택지개발지구 내에 있어 도심연결 도로 등 양호한 교통여건을 갖추고 있으며, 공원·학교 등 쾌적한 거주공간과 대형 상업시설 등 생활편의시설 또한 잘 갖춰져 있다"면서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한 사업지로서 LH 사업지구 내 공동주택용지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H는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남아있는 미분양 용지에 대한 판매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대우건설 등 건설업체들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동주택용지를 분양받은바 있는 하남미사지구에서는 선착순 수의계약 방식으로 A23, 27블록이 공급된다. 전용 60~85㎡ 중소형과 지구 인근에서 공급량이 적었던 85㎡초과 중대형 아파트를 함께 건설할 수 있는 용지다. 위례신도시에서는 미분양 된 A3-6블록과 A3-7블록에서 각각 전용면적 85㎡ 초과 1376가구와 982가구를 지을 수 있는 부지를 수의 계약으로 판매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수요가 살아날 것에 대비해 자금력을 가진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용지를 확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알짜 미분양 택지 판매 촉진을 위한 전사적인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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