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모멘텀 소진이 우려된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 부채는 여전히 불안하다. 피치는 27일 유로존 5개국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연초 뉴욕증시 상승의 또 다른 모멘텀이 돼줬던 미국 어닝시즌도 애플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더 이상 기대해볼만한 것이 없는 상황이다. 새로운 모멘텀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주 잇달아 공개될 미국, 중국, 유로존의 제조업 지수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 후반 공개될 미국 고용지표는 연말 쇼핑시즌 효과가 끝나면서 지난해 12월에 비해 약화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얼마나 구체적인 부채위기 대책을 마련할지도 불확실해 보인다. 지난주 뉴욕증시는 랠리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냈다. 다우 지수는 지난주 0.47% 하락해 올해 첫 약세를 기록했다. S&P500 지수는 간신히 4주 연속 상승에 성공했지만 상승률이 0.07%에 불과해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 애플의 사상 최대 분기 실적 발표에 힘입어 나스닥 지수는 1.07% 올랐다. 애플 주가는 지난주에만 6.42% 오르며 엑슨모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등극했다.
◆ 美·中 제조업 경기 확인= 지난 29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8%에 그쳐 월가 기대치 3.0%에 미치지 못 했다. 이로써 지난해 미국의 성장률은 1분기 0.4%, 2분기 1.3%, 3분기 1.8%, 4분기 2.8%로 집계됐다. 하지만 향후 성장률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2.9%에서 2.2~2.7%로 하향조정했다. IMF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1.8%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월가는 현재 올해 1분기 성장률이 2%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성장률에 대한 부담이 커진 가운데 이번주 미국, 중국의 1월 제조업 지수가 잇달아 공개된다. 미 공급관리자협회(ISM)는 내달 1일 올해 1월 제조업 지수를 공개한다. 전월 대비 0.6포인트 오른 54.5가 예상되는 가운데 4분기 GDP 부진을 씻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물류구매협회(CFLP)도 1일 1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를 공개한다. 월가는 1월 중국 제조업 지수가 다시 50을 밑돌며 위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HSBC는 지난주 중국 1월 제조업 PMI 예비치가 48.7을 기록해 3개월 연속 위축 국면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HSBC도 1일 중국 1월 제조업 PMI 확정치를 발표한다.유로존도 1월 제조업 PMI 확정치를 1일 공개한다. 유로존 제조업 경기는 이미 6개월 연속 위축 국면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4일 공개된 1월 제조업 PMI 예비치는 48.7이었다. ◆1월 고용지표·버냉키 의회 증언= 제조업 지표와 함께 이번주 주목할 미 경제지표는 내달 3일 미 노동부가 공개할 1월 비농업부문 고용보고서다. 지난해 12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 증가 개수는 20만개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의 경우 연말 쇼핑시즌에 대비한 임시 일자리 증가라는 계절적 요인이 작용했다. 월가는 1월에는 일자리 증가 규모가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1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 증가 규모에 대해 블룸버그와 로이터는 15만개를 예상했다. 마켓워치는 12만5000개, 브리핑닷컴은 17만개를 예상했다. 1월 실업률은 8.5%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FOMC에서 FRB는 올해 실업률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FRB 제시한 예상치는 8.2~8.5%였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2일 하원 예산위원회 증언에 나선다. 향후 경기 전망과 추가 부양책 실시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주 FOMC에서 경제가 문제에 빠지면 또 다른 완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기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FRB가 추가 부양에 나설 여지가 있다는 기대감은 그나마 증시 버팀목이 돼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크레디트스위스는 모기지 시장에 초점이 맞춰진 3차 양적완화 발표가 4월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에단 해리스 글로벌 리서치 공동 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FRB가 8000억달러 추가 자산 매입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어닝시즌 절정 넘어서= 어닝시즌은 이번주를 기점으로 사실상 주요 기업 대부분이 실적 발표를 마무리해 절정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주 S&P500 기업 중 약 100개 기업이 실적을 공개한다. 엑슨모빌, 화이자, US스틸, 유나이티드 파셀 서비스(UPS), 아마존닷컴(이상 31일) 월풀, 퀄컴(이상 1일) 블랙스톤, 다우 케미컬, 마스터카드, 머크(이상 2일) 에스티 로더(3일) 등이다.톰슨로이터는 S&P500 지수 구성 기업 중 37% 가량이 실적을 공개한 가운데 59% 기업이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평균 70%에 크게 낮은 것이다. 팩트셋 리서치도 S&P500 중 발표된 172개 기업 실적을 살펴본 결과 65%가 예상치를 웃돌았다며 이 비율은 지난 4개 어닝시즌 평균이었던 73%에 못 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필립스, 바이두닷컴(이상 30일) 혼다(31일) 로얄더치셸, 유니레버, 소니, 비아컴, 도이체방크, ING 그룹(이상 2일) 등이 실적을 공개한다. ◆ EU정상회의·伊 국채 입찰=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가 6% 아래로 떨어지는 등 시장에서 유럽 부채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계속 완화되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유럽중앙은행(ECB)의 3년 만기 장기대출(LTRO) 실시 이후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시장 안정에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주 2.2% 올라 유로당 1.32달러선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포르투갈 10년물 금리가 15%를 돌파하며 연일 사상최고치 행진을 벌이는 등 한편에서는 여전히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슬로베니아, 키프로스 등 5개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30일 신 재정협약을 확정짓고 유로존 경기 부양을 논의하기 위해 만날 예정이다. 영국이 신 재정협약에 대해 여전히 반발하며 독일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리스 채무 협상 진전 여부도 주목거리다. 외신들은 협상에 진전이 있다는 소식과 함께 이번주 협상 타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한편 블룸버그는 유로존이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을 대가로 그리스 예산 결정권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그리스 경제 주권을 넘기라는 요구이기 때문에 향후 그리스 추가 구제금융에 대한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요제프 애커만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그리스 디폴트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경고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큰 위험에 직면해있다면서 유로존 부채위기가 여전히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도 다보스 포럼에서 미국 경제가 여전히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20일 국채 입찰 결과도 주목할만한 변수다.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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